경기불황으로 '개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안전하게 월급을 받는 봉직의를 선호하는 현상이 대세다. 하지만 의사채용 시장도 서울 쏠림 현상이 심각해 서울 경기는 구직난, 지방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 채용시장에도 지역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의사채용전문 회사 Lifa 주성수 대표는 "일반대학 일반과 졸업자만 서울 입성을 꿈꾸는게 아니라 의사들도 서울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못박았다.
수도권은 '구직난'…"전직, 대기업 취업 의사 많아"
서울 경기는 인력이 넘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몸값을 낮추더라도 서울에서 근무하기를 원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A씨는 월급 2200만원 이상에 아파트 35평, 자가용 지급까지 내건 전라남도의 한 병원을 고사하고 1400만원을 제시한 서울의 병원 근무를 선택했다.
구직난이 심한 수도권에서는 다양한 방향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의사는 물론 불안한 취업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 입사를 노리는 의사도 많다.
주 대표는 "서울은 전직을 하는 의사도 많다.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던 의원을 그만두고 서울 중심가에 빵집을 개원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기업은 직원이 2만명 이상이면 부속의원을 설치해야 한다. 연봉은 병원에 취직하는 것보다 훨씬 못하지만 안정직이기 때문에 이 자리를 노리는 의사들이 늘어 경쟁률이 치열해졌다.
지방은 '구인난'…아파트에 차까지 줘도 "NO"
반면, 지방은 의식주를 모두 제공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에 들면서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욕구가 오히려 더 커졌다.
경북의 B병원장은 "최근 정신과 의사를 구하려고 했지만 연봉이 너무 높고, 지원자도 없어 임시방편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지방에 갈 바에는 외국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싱가포르나 호주에서는 우리나라 의사면허만 있어도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문화생활 향유와 자녀교육"
구인난, 구직난이 혼재하는 이유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문화생활과 자녀교육이다.
주성수 대표는 "월급 1000만원이 넘어가면 돈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의사가 지방으로 갈 때 요구하는 것이 문화 수준이다. 이것만 만족되면 월급을 100만원만 더 줘도 가겠다고 한다"고 현실을 얘기했다.
가정이 있는 30~40대 초반 기혼자들은 그들의 배우자들이 개원을 원하지 않고, 지방으로의 취직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주 대표는 "개원해도 성공확률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개원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상황이다. 또 자녀 교육은 서울에서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라남도의 C병원장도 "젊은 의사들은 서울로 가려하고, 자녀교육까지 모두 마친 나이든 의사들이 지방으로 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방 의사수급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의료의 질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