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구성원은 노동자-경영자의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우리나라 병원이 중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18일 생명을 다루는 병원은 일반기업과는 달리 노사의 개념을 뛰어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작년 11월 이뤄진 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94.4%의 찬성률로 보건의료노조 6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올해부터 3년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작년부터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을 추진해 왔다. 2012년 한해 동안 ▲보건의료인력특별법 ▲지역거점 공공병원 지정에 관한 법률 ▲사립대병원 설치법안 등 무려 3개의 법안 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2009년부터 산별교섭이 중단되면서 노조가 정책 입안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임기 안에 산별교섭을 다시 정상화 해 노조 본연의 임무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 의료의 근본적인 것은 결국 법으로 바꿔야 하고 예산문제가 꼭 개입된다. 그래서 나순자 5대 위원장, 전종덕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이 올 총선에 나서 직접 정치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특히 보건의료인력특별법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2014년까지 법안 통과를 위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마련한 상황이다.
유지현 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특별법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우선 병원 인력을 수익내는 기계처럼 보는 게 아니라 환자 안전, 국민 건강을 위해 필수적 요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병원 인력을 늘이는 게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들이 믿고 입원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인식.
그는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병원 인력이 많을수록 환자 사망률은 떨어지고 생존률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이러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첫단계로 유 위원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제시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들이 입원 환자의 보호자가 없는 병동을 따로 운영하는 것으로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충원이 뒤따라야 한다. 한양대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에서 시범운영을 시행해 호평을 얻었다.
유 위원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보건의료노조가 3년 전부터 제시해온 것으로 한번이라도 입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동의한다. 서울시에서도 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의료인력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캠페인인 '러브 플러스(LOVE +) 캠페인 시즌2'를 계획하고 있다. 또 젊은 노조원과의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 위원장은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인 임금, 근로조건 개선도 중요한데 이와 더불어 보건의료노조가 나서 한국 의료를 제대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