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고대 의대생 3명이 결국 실형을 면하지 못했다.
1심 일부 판결을 뒤짚는데는 성공했지만 대부분 주장이 기각됐고 배 모씨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것이 악형향을 미쳤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부장판사 황한식)는 3일 고대 의대생 3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박 모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한 모씨와 배 모씨에게는 각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과 같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1심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배 씨에 대해서는 "신체의 특정부위를 집중적으로 만졌다는 점에서 수면 중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스쳤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기각했다.
또한 자신은 옷을 입혀주려 했을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옷을 입혀주려 하면서 옆에서 피해자를 추행하던 박 모씨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피해 학생이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모두 기각됐다. 평소의 주량을 감안하고 수면시간이 부족했다는 점과 정신이 있는데도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박 씨와 한 씨가 주장한 심신미약, 즉 술에 취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주장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추행을 하면서 차량으로 오간 정황과 피해 학생을 촬영했다는 점을 보면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술에 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다만 재판부는 새벽에 두번째로 이뤄진 추행 당시 합동에서 일을 저질렀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바로 잡았다.
재판부는 "1차 추행이 끝난 뒤에 모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고 이 중간에 이뤄진 추행은 아주 잠시 뿐이었다"며 "이들이 함께 공모할 만한 시간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교대로 방과 차량을 오갔던 1차 추행과 달리 공모를 했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며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또한 재판부는 박 씨와 한 씨가 계속해서 반성문을 내며 반성하고 있는 점과 법원에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공탁한 것도 정상 참작했지만 형량은 조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모든 상황을 참작해도 피해자가 공판장에까지 와서 강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으며 괴로워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량이 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실형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