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만 국회가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을 처리할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 비판 여론을 피하고 보자는 '면피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약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로부터 "약사법 개정안 통과를 막겠다"는 표심잡기용 '립서비스'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과 가능성은 불보듯 뻔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 안건으로 약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논의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게 점쳐지고 있다.
먼저 민주통합당은 편의성보다 국민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당론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편의에 앞서 국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복지부와 약사회의 가정상비약 품목 수나 판매 장소 등 포괄적인 합의가 없는 만큼 국회가 무작정 복지부에 힘을 실어주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가 안전성을 검토했고 지속적인 검토 요청이 있었다"면서 "의원들이 상정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일단 검토를 해보겠다는 것이지 큰 방향성은 없다"고 전했다.
상정을 막아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개정안의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겠다는 것. 당론 변경없이 개정안을 상정한 것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여당의 눈치작전도 비슷한 양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안 상정은 갑작스레 결정된 것으로 사실 오늘에서야 안건이 올라온 걸 알았다"면서 "사견이지만 법안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는 "만일 개정안이 통과 되면 약사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통과가 안되면 국민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의원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 관계자는 "복지부와 약사회가 판매 장소, 시간, 품목 등을 두고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주무 부처와 약사회간 협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속도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여야의 약사법 개정안 관련 발언도 통과 의지에 의구심을 키운다.
지난달 28일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은 약사회 종로분회 정기총회에 참석 "민주당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되지 않은 채 밀어부치기 식으로 추진되는 일반약 슈퍼 판매는 당론 차원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
새누리당에서는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홍준표, 권영세 의원 등이 약사법 개정안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의 공천 배제 운동 등 여론 악화에 따라 긴급히 개정안을 상정했을 뿐 통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