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말로 '전골탑'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전공의들의 뼈를 쌓아 만든 탑이라는 뜻이다.
낮은 보수에 연이은 당직, 교육기능이 전무한 수련병원을 이르는 말로 혹자는 '전공의들의 무덤'이라는 말로 이를 표현한다.
응급실 붙박이에 살인적인 당직 "수련병원 맞나"
서울의 A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이미 전공의들 사이에서 이 병원은 기피대상 1호로 꼽힌다.
전공의협의회장을 지낸 한 인사는 14일 "A병원은 이미 수년전부터 최악의 수련병원으로 꼽혔다"며 "정말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지원을 피하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병원이 이러한 불명예를 뒤짚어 쓴 이유는 뭘까.
우선 살인적인 업무량이 1순위로 꼽힌다. 전문과목에 관계없이 응급실에서 대부분의 수련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심할 경우 일주일에 4일간 당직을 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책은 전무하다. 연봉은 국내 수련병원 중 최하위로 꼽히며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전공의 선발과정 또한 늘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전골탑'을 이야기 할때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은 "A병원은 늘 부정선발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교육의 기초인 컨퍼런스 또한 열리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응급실 근무와 당직만 죽도록 하다가 전문의 시험을 보는 최악의 수련병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병원은 비단 A병원만의 사례가 아니다. 서울의 B병원, 지방의 C병원도 대표적인 '전골탑'으로 꼽힌다.
과도한 업무 스케줄에 교육기능 부재, 1년에 2~3일 휴가쓰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열악한 복리후생이 지원을 꺼리게 하는 이유다.
연이은 미달사태 "서울아산·삼성서울 주목해야"
이러한 사례가 공론화되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턴, 전공의 미달사태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시합격자와 인턴 정원간 괴리로 인해 발생하는 단순한 미달이 아니라는 것이다.
B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국시합격자와 인턴 정원간 괴리로 미달사태가 생긴다고 생각해서는 아무런 해법을 낼 수 없다"면서 "인턴 정원을 아무리 줄여도 질 낮은 수련병원은 정원을 채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정원을 500명씩 뽑아도 모두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에게 가장 수련받고 싶은 병원으로 꼽힌다.
우선 급여부분에서 타 병원을 압도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내과 3년차를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들의 급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아산병원은 5456만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또한 5100만원 가량을 주고 있다. 하위권 병원들이 2600여만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다.
복리후생 또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선 두 병원 모두 병원신임평가항목에 명시된 14일의 휴가를 거의 다 보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휴가를 가지 못할 경우 이를 모두 유급으로 보상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병원 신임위 강화해 수련병원 옥석 가려내야"
이에 따라 병원신임평가를 강화해 '전골탑' 병원을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질적인 평가가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협 김일호 회장은 "사용자들이 모인 병원 신임평가위원회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신임평가위원회의 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의 평가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의협과 의학회 등 제3자 단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질 낮은 수련병원을 단호하게 퇴출 시켜야 올바른 수련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