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명암
보건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DRG) 의무적용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병원과 의원급에 이어 내년 7월 종합병원급 이상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맹장과 탈장, 치질, 백내장, 편도, 제왕절개, 자궁부속기수술 등 7개 질병군의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수가가 강제화 된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행위와 치료재료, 약제 등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급여 및 비급여와 상관없이 복지부가 정한 비용으로 청구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지불제도 개편 추진 배경
복지부는 현 행위별 수가의 특성상 진료량과 비용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료비 증가분 중 입원진료비 증가율이 가장 높으며 입원일수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진료비 구성비 중 입원료는 2003년 9.5%에서 2009년 12.7%로 3.2%p 증가했으며, 입원일수도 한국은 14.6일로 OECD 7.2일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상태이다.
또한 특수영상비용과 고가 검사장비 증가 그리고 비급여 증가 등도 포괄수가제 개편의 중요한 요인이다.
OECD는 진료비 증가 억제를 위해 2010년과 2011년 포괄수가제로 지불제도 개편을 권고했으며, 보건의료미래위원회도 지난해 8월 포괄수가제의 단계적 확대를 복지부에 요청했다.
▲수가 적정화 등 포괄수가제 주요 쟁점
포괄수가제의 핵심 쟁점은 수가의 적정화이다.
복지부는 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포괄수가제 발전협의체를 통해 행위별 대비 수준과 제정소요 등을 고려한 수가개정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의료계가 우려하는 중증도와 치료 다양성 등 7개 질병군의 환자분류체계의 개선안도 고시 개정시 포함할 예정이다.
이밖에 진료 질 유지를 위한 7개 질병군의 합병증과 재입원률 등 질 지표개발 등 급여 적성성 평가와 적용 질병군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포괄수가 적정화에 회의적인 분위기이다.
일시적으로 행위별 수가보다 소폭 인상한 포괄수가를 책정 하더라도 결국 진료비 억제를 위한 지속적인 수가 인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더라도 급여적정성 평가를 통한 압박과 적용 질병군 확대 등 건강보험 체제 유지를 위해 의료계 희생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병원협회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수가 보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치료재료와 약제 등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면서 "포괄수가제 협의체가 현재까지 4차 회의를 했으나 수가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홍성수 전 회장도 "복지부는 포괄수가 적정화를 약속하고 있으나 기존 상황을 보면 반짝 인상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심평원의 개원의단체 설득 작업도 성과에만 급급할 뿐 수가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고 환기시켰다.
▲의료계-복지부, 향후 세부 논의과정 갈등 예고
복지부는 시행일정과 환자분류체계 규정 신설 등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법령을 조속한 시일 내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포괄수가제 협의체 논의 결과를 기초로 오는 5월까지 7개 질병군 포괄수가 개정안을 전문평가위원회와 건정심 심의를 거쳐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보험급여과 배경택 과장은 "단기적으로 의료비가 증가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진료행태가 개선되면 감소할 것"이라며 "의사의 자율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의료계와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의료계 반대에도 불구 건정심에서 의결된 만큼 협의체 논의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면서 "포괄수가 현실화와 야간수술 수가가산, 중증도별 수가분류 등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포괄수가제 의무적용은 질병군 전면 확대와 총액계약제 등 진료 규격화를 위한 첫 단추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어 복지부와의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