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인턴제 폐지안 논란 뒤집어 보기
인턴제 폐지안 입법예고가 잠정 유보되면서 의대생과 의사들의 혼란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의대생들의 문제제기로 촉발된 인턴제 폐지안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소용돌이에 빠져버린 모양새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등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발표 시기를 고심 중인 상황이다.
▲그동안의 진행 상황
인턴제 폐지는 과거 10여 년 전부터 논의된 사항으로 지난해 의학회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전문의 양성과정 TF와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거치며 급부상됐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인턴제 폐지는 레지던트 5년(NR-1+4년)과 2014년 3월 시행을 골자로 한 입법예고안이 2월 중 발표된다는 <메디칼타임즈>의 보도(1월 28일자)로 재가열됐다.
복지부는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통해 2014년부터 인턴제를 폐지하고 곧바로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NR-1(New Resident 1년)로 수련과정을 변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복지부의 입법예고 움직임에 의대생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대두되면서 갑작스럽게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연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인턴제 폐지안 쟁점
인턴제 폐지안 논란의 핵심은 왜 전공의 수련기간을 줄이지 않고 현재와 같은 5년을 유지하느냐는 점이다.
의학계는 레지던트 중복 선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인턴제를 폐지하면 의대 졸업생과 인턴이 겹쳐 두 배수로 레지던트 1년차를 선발해야 한다"면서 "NR-1 과정을 마련해 졸업생과 인턴을 별도로 선발하면 후유증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궁금증은 수련기간 감축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인턴만 폐지했을 뿐 결국 현행 5년의 수련기간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도 2014년 시행 후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수련기간 단축 시기를 검토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할 뿐 구체적인 시기를 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학회 왕규창 수련이사(서울의대)는 "감축 시기는 전공의 5년 과정이 얼마나 빨리 안정화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확답하기 어렵지만 인턴제 폐지 후 2~3년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의과대학 교과과정 개편도 쟁점 사항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KAMC)는 15일 정기총회에서 울산대 이재담 의무부총장을 중심으로 11명으로 구성된 인턴제 폐지 대응 TFT를 구성했다.
TFT는 인턴제 폐지에 따른 의학교육의 현안과 학생인턴제 도입 방안 및 국시 실기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턴제 폐지안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 의대들이 뒤늦게 대책 마련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지방의대 학생의 서울 진입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혼란의 한 축이다.
의대·의전원학생회연합 안치현 의장(서울의대 본과 3년)은 "지방 학생들이 서울지역 수련병원을 못 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인턴제 폐지에 따른 전공의 선발시 차별이나 역차별이 없도록 해달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의대생 의료행위 등 풀어야 할 과제
복지부와 의과대학이 간과한 문제 중 하나가 의대생들의 실습이다.
현 의료법(제27조)에는 '의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은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의대생들은 병원 실습시 환자 대상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담아야 할 복지부령이 없어 학생 인턴제를 도입하더라도 의료행위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느냐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전공의들의 진료참관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예를 보더라도 의대생의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수련기간 단축시 급증할 신규 전문의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수련기간이 4년(NR-1+3년)으로 단축되면 전공의 4년차와 5년차가 모두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르는 상황이 발생해 한 해 6000명이 넘는 전문의들이 배출돼 의료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생 실습을 의료행위로 명시했지만 세부내용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의대에서 필요성을 제기한다면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일 현재 인턴제 폐지안 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의대생 서명운동이 160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