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의료·병원설비 전시회인 KIMES가 올해 28회를 맞았다.
주최 측은 그간 첨단 의료기기 신제품, 신기술을 한자리에서 전시함으로써, 의료산업의 비전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의료기기 업체들과 해외 바이어의 연결 창구 역할뿐만 아니라 의료기술 수준을 가늠케하는 '의료 박람회'의 성격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참가 업체들은 장년층에 접어든 KIMES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KIMES 현장을 돌며 업체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토요일 오후도 한산…의사는 없고 일반인만 넘쳐나"
"경기 영향 탓인지 도통 사람들이 없네요. 일반 관람객만 넘쳐날 뿐 실제 구매자는 10%도 안되는 것 같아요."
10년 넘게 KIMES에 참가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매년 구매 계약 체결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관람객들이 넘쳐난 반면 의료계 관계자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어 KIMES만의 메리트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
그는 "의사들이 가장 많이 몰려와야 할 토요일 오후에도 한산할 정도다"면서 "업체들이 굳이 돈을 써가며 전시회에 참가할 유인 요소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2011년 KIMES 결과 자료를 보면, 전시회 참관객 직업 중 의료기기제조은 11.8%, 의료기기 무역/판매업 16.8%에 불과한 수준이다.
의료기기의 운용·구매 주체인 의사는 10.8%에 불과했다. 전년도 대비 0.7%p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일반 참관객은 늘어나고 있다. 2010년도에 10.9%였던 일반인 관람객은 12.2%로, 학생은 9.2%에서 11.4%로 늘어났다.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KIMES만의 메리트 떨어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B업체 관계자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첫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KIMES와 같은 대형 전시회가 아니면 바이어를 만나거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인터넷 발달로 굳이 전시회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제품 홍보와 바이어 연결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KIMES가 업체-바이어-일반인의 소통 창구를 했던 메리트가 미디어의 발달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인터넷 광고만으로도 제품 홍보 효과를 보고 있어 박람회 효과는 떨어지고 있다"면서 "부스 비용으로만 1억원을, 인건비, 인테리어 비용을 합치면 2억원 이상을 썼는데 KIMES 현장에서 바로 계약되는 건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C업체 관계자는 "계약 건수가 없어 말할 내용이 없다'며 예정됐던 인터뷰를 취소하기도 했다.
매년 평이한 수준…참가 업체들 '뚝'
업체들 사이에서는 큰 변화없이 똑같은 행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매년 같은 장소에 같은 업체의 부스가 들어가는 데다 전시되는 제품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
D업체 관계자는 "눈에 잘 띄는 출입구 쪽에 부스 배정을 신청했지만 출입구 쪽은 매년 다른 업체에게 할당된다"면서 "타 업체는 좋은 자리를 내주고 우리는 구석에 위치해 있어 전시 효과가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매년 부스 위치 변화없이 같은 업체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해 쓰고 있다"며 "해마다 같은 자리, 같은 제품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최근 3년간 참가 업체들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전시회에는 총 488개사의 국내 제조업체와 34개국 1천 45개사의 업체가 참가한 반면 2011년엔 국내 453개사 업체, 32개국 1026개사 참여로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엔 전 세계 30개국 978개사만 참여해 해외 업체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참여 업체들은 KIMES가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업체 관계자는 "IT 계열 회사들은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진단기기 등 하드웨어 업체는 매년 신제품 출시가 어렵다"면서 "매년 똑같은 행사를 한다는 소리를 듣느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격년제로 전시회를 열어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