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문의 시험문제 유출 파문으로 보건복지부에 이어 의사협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초읽기에 들어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외과 교수들은 전문의 시험문제 선택위원인 C교수가 시험문제 일부가 아닌 전체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동아대병원 C교수가 전공의들에게 주관식 3~4개 문제를 미리 알려줘 전문의 시험에서 고득점을 했다고 브리핑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험문제가 유출된 지난해 제54회 전문의 자격시험에 관여한 교수들 사이에서는 "외과 시험의 특성상 문제를 통째로 알려주지 않고는 학생 모두가 고득점을 얻기는 힘들다"는 견해다.
당시 동아대병원 외과 전공의 4명은 전문의 주관식 시험에서 38.5~39.5점의 고득점을 받아, 응시자 평균 점수인 26.8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어째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일까.
외과 전문의 시험문제 출제 방식을 살펴보면 궁금증이 다소 풀린다.
전문의 시험 문제는 각 학회별 고시위원회에서 선발한 출제위원과 선택위원이 출제한다.
시험문제를 확정하는 선택위원들은 보안을 위해 서약서 자필 서명과 함께 휴대폰을 반납한 후 방마다 인터넷이 차단된 양평 H콘도에서 의사협회, 의학회 직원들의 감시 아래 3박 4일간 전문의 시험일까지 합숙하게 된다.
이중 외과의 경우, 위원들은 간담췌, 위장관, 대장항문, 유방내분비, 이식혈관, 소아외과 등 6개 세부전공 분야로 구성된다.
6개 분야 선택위원은 세부전공별 2명이 같은 방을 사용하며, 상호 논의를 거쳐 각 20문항씩 총 120문항을 확정한다.
시험문제는 출제위원이 이미 뽑아놓은 수 천 개가 넘는 문제를 바탕으로 선택위원이 가져온 개별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 선택하게 된다.
여기에는 선택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부 전공분야 예상 출제문제를 직접 풀어본 후 난이도를 조정하는 마지막 단계가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외과의 특성상, C교수가 합숙장소 출발 전 전공의들에게 예상문제를 알려줬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당시 선택위원인 A교수는 "지난해 C교수의 시험문제 유출의혹이 나왔을 때 분과 20문항이 유출된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동아대병원 점수가 전체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며 1등부터 차례로 이어져 전체 문제가 유출됐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험문제도 종이가 아닌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화면에 띄워 전공분야가 아니면 모든 문제를 기억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각 방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최종 시험문제는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출제위원인 B교수도 "외과 출제방식의 특성상 동아대병원의 점수를 보면 전체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인터넷이 차단됐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험문제 유출이 가능하다"며 전체 문제 유출에 무게감을 뒀다.
당시 C교수는 자신의 세부전공 예상문제를 USB에 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C교수를 아는 타 대학 교수는 "평소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이같은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다"라며 과도한 제자 사랑이 불러온 사태에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한편, 감사원은 다음달 6일까지 복지부 계동 청사에 별도 공간를 마련해 복지부 기관운영감사와 더불어 전문의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조만간 의협과 외과학회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