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처방권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걷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복지부와 심평원은 사실상 뒷짐을 지고 관망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
대한신경과학회 관계자는 7일 "수도 없이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단일안까지 마련했는데도 고시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필요하다면 헌법소원과 탄원서를 통해 처방권 제한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회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이미 충분하게 학회의 의견을 개진했고 더이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더이상 할 이야기도 없는데 계속해서 이슈가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제는 정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SSRI 처방권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신경과학회는 60일 이상 SSRI계 약물을 처방할 경우 정신과에 의뢰하도록 한 규정은 의료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신경계 질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경과 의사들도 60일 이상 SSRI를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신경과학회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신경정신의학회는 "SSRI계 약물은 조증 전환 현상 및 자살률 증가라는 심대한 위험성이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신경정신과개원의사회 회원 70명이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를 진료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극한 갈등이 일어났고 결국 복지부가 중재에 나섰다.
의사협회에 심평원과 협의해 의료계의 단일안을 제출하면 급여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처방 제한은 완화하되 SSRI 또는 SNRI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정신병 증상을 보일때, 양극성 장애가 의심될 때는 정신과에 의뢰하도록 한다'는 단일안을 마련해 심평원에 전달했다.
이렇게 의사협회 단일안이 마련되면서 이같은 논란이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신경과학회는 내과, 재활의학과 등 대다수 학계가 처방권 완화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이상 단일안은 공신력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신과는 집단 이기주의라며 이에 맞섰다.
지금까지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들 학회들을 포함한 의료계는 정부가 나서 확실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복지부와 심평원은 소극적인 태도로 이러한 논란을 관망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평원의 의견이 전달돼야 논의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냐"며 "아무 근거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급여기준 개선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이상 복지부가 이를 강제로 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의협과 학회, 의학회 등이 단일안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