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처방권을 둘러싼 의학계 내부 갈등이 자칫 헌법소원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대한신경과학회 관계자는 최근 "수도 없이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단일안까지 마련했는데도 고시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필요하다면 헌법소원과 탄원서를 통해 처방권 제한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신과가 아닌 타 진료과에서 SSRI를 처방할 경우 최대 60일까지만 허용된다.
이에 대해 내과, 가정의학과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처방 제한 규정이 진료과간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가정의학회는 자살 위험이 중증도 이상,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환자, 섭식장애와 영양결핍이 심한 경우, 양극성 장애 등에 한해 정신과로 의뢰해야 한다며 고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정신과는 자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SSRI 처방 급여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오히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의료계 내부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의협이 60일 처방 제한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하는 중재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정신과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고, 복지부는 의료계 내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고시를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SRI 처방 확대 문제를 의학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SSRI 처방은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국적 의료 현실을 감안해 의학계 내부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할 사안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이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맡긴다면 의학계 스스로 의료전문가집단의 권위를 실추시킬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이 문제를 의학계 내부 밥그릇싸움으로 바라볼 것이다.
의료환경이 악화되면서 진료과간 갈등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SRI 처방권 논란이 진료권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좋은 선례로 남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의학계가 보다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