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환자가 병원이 운영하는 산책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옥상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은데 대해 병원측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 판결 결과가 정신병원이 마련하는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 개설을 위축시키고, 인력난 때문에 겪고 있는 경영난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제7민사부는 최근 병원 옥상에서 진행되는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2m 50cm의 콘크리트담 및 철제펜스를 넘어 뛰어내린 정신분열증 환자와 그 가족에게 병원이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병원에 정신분열증으로 입원한 문 모(26, 남)씨는 병원 5층 옥상에서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콘크리트 담 위에 설치된 철제 펜스 난간을 집고 올라가 뛰어내렸다. 이 사고로 문 씨는 다발성 골절 및 혈흉의 부상을 입었다.
사건 당시 병원은 평일에 치료 목적으로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원무과 주임, 수간호사, 사회복지사가 20여명의 환자를 데리고 산책을 하던 중 문 씨가 뛰어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병원은 문씨의 거동이나 용태를 잘 관찰하고 가까이에서 산책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결문은 "문 씨가 펜스를 기어 올라가 난간을 넘어 뛰어내리기까지 이를 미리 관찰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의 보호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정신병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 높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단법인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담으로 2m50cm는 꽤 높은 편이며, 환자 보호 인원도 적은 숫자가 아니기 떄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도심에 있는 병원은 보통 산책 같은 야외 치료 프로그램을 옥상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판결 때문에 시설을 다시 보강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진행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의사는 1인당 입원환자 수를 60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간호사는 1인당 13명, 전문요원은 1인당 100명으로 제한한다.
이 관계자는 "정신병원들은 환자의 돌발행동 등을 방지하기 위해 생활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전문요원을 더 고용한다. 의사 월급이 높아서 있던 직원을 내보내고 경영자가 직접 청소까지 하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