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첫 아이 낳는 것도 보고 싶다. 미역국도 함께 먹고 싶다. 딸아 사랑한다."
폐암으로 10년째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어머니의 바람이다.
병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 그들의 간절한 희망의 메시지 2만여개가 병원 벽면을 가득 메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렇게 쌓여진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병원 복도 40m를 뒤덮었다. 빼곡히 늘어선 포스트 잇 속에는 수많은 병명 만큼이나 각자의 사연들로 가득하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병원 별관과 암센터로 이어지는 병원 복도에 '희망의 벽'을 만들었다.
가로 40m, 세로 3m 크기의 벽면 전체에 포스트잇 2만 장을 이용, 환자들의 메시지로 채우기 시작한 것.
최근 삼성서울병원장을 맡은 송재훈 원장이 환자들과 소통을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한 창구인 셈이다.
하루밤 사이 달라진 풍경에 환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40m에 달하는 이 벽은 서서히 사연들로 채워졌다.
빨리 수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떡볶이를 만들어 주겠다는 엄마의 목소리도, 아무런 준비없이 찾아온 병이지만 서로의 힘으로 이겨내자는 부부의 사연도 한장의 포스트잇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아빠 빨리 눈을 뜨세요"
한 어린 아이가 삐뚤삐뚤 써내려간 단 한줄의 글귀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환자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소망들이 이뤄져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행사가 하나의 소통 창구로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즐기고 감동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접한 직원들도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생각치 못했던 이벤트로 병원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최근 병원에 입사한 김수성 사원은 "가슴 뭉클한 사연들을 접하며 병원에서 일하는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며 "비록 직접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는 없지만 그들이 보다 편한 마음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장의 포스트 잇에 담긴 사연. 그렇게 모인 2만가지의 이야기들은 산뜻한 봄내음과 함께 병원을 채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