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고, 의료단체와 공단간 수가협상 시기를 앞당기려던 복지부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28일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회의에서 '건강보험 무자격자 요양급여비 관리방안' 등 의결사항을 논의했다.
하지만 가입자단체와 의료단체의 반대로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건강보험 무자격자가 의료기관 이용시 급여비용을 선지급하고, 사후 부당 이득금을 환수하고 있지만 국외 출국 등으로 환수율이 60%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근 3년간 건강보험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이용 건수는 46만건으로 149억원의 급여비용이 지출됐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해당 수진자가 적법하게 요양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 확인을 공단에 요청하거나, 공단이 정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확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자격확인 요청시, 공단은 해당 사항을 확인해 지체없이 통보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4월 입법예고를 거쳐 7월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자격자라 하더라도 요양급여 이용시 별다른 제약이 없어 보험료 납부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초래되고 있다"면서 "요양기관에서 수진자의 자격확인을 하면 무자격자의 부정수급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자격자 자격확인에 따른 환자 대기와 진료거부 문제 등 의료기관의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의료단체 관계자는 "무자격자는 전액 본인부담금으로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지만 진료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공단에서 해야 할 일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안건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수가협상을 6월말 완료하는 '수가 및 보험료율 인상률 결정시기 조정방안'(의결사항)도 소위원회로 이월됐다.
복지부는 예산 요구안 제출 시기(6월말)와 보험료율 인싱률 결정시기(11월)에 시차가 존재해 매년 예측 오차가 발생한다면서 의약단체 수가계약과 보험료 인상 결정을 예산안 요구 이전인 6월말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입자단체와 의료단체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단체는 기획재정부 등과 부처간 합의도 없는 보험료율 인상률을 예단해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단체도 수가계약 완료를 위해 4~5월부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회장 임기와 겹쳐 문제 발생 소지가 높다면서 우려감을 표했다.
복지부는 다음주 중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빠른 시일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두 사안 모두 가입자단체와 의료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건정심 의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