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의식이 불분명한 만성질환제도에 왜 정부가 돈을 쓰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만성질환관리제도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환자의 본인부담 할인 제도로 전락하는 등 제도 추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김재용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만성질환 관리방안' 포럼에 참석, "만성질환관리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대립 양상은 의약분업 당시의 사회적 혼란의 전주곡 처럼 보인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 교수가 지적하는 현재 만성질환관리제의 문제는 크게 ▲관리 현황 통계 자료의 신뢰도 미흡 ▲종합적인 만성질환자 관리 프로그램 부재 ▲본인부담금 할인 제도로의 전락 등이다.
먼저 김 교수는 "환자들은 이미 열심히 의사를 따르고 약 처방율도 매우 높지만 결과적으로 사망율과 비용이 매우 높게 나온다"며 "이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심평원이 제시하는 관리 현황 자료를 보면 2010년 의원급 고혈압·당뇨병 환자 중 1개 기관 이용환자가 83.9%에 이를 정도로 제도 운영이 잘 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대단히 떨어져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데이터만 보면 만성질환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당뇨병 초진 환자의 사망비율이 7.47배에 달한다"며 "건강검진으로 발견한 당뇨병 환자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발표대로 대다수 환자가 한 의료기관을 잘 다니고 있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난리냐"면서 "정부나 의료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교수는 ▲의사-환자의 관계 재설정 ▲과학적 근거와 검증된 관리 프로그램 제도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가 말을 안 듣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국제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만성질환 관리모형은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주종의 의사-환자의 관계를 변화시켜 '협력적' 관계로 바꾸고 환자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기법,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환자를 '문제가 있는 개인'이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자'로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환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변경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포함된 관리 팀플레이 시범사업을 하거나 장기적으로 서비스 패키지를 만들어 수가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일차의료를 표방했던 가정의학과를 본연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도 대안이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도 만성질환제도의 전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 교수는 "인센티브를 주면 과연 만성질환관리가 잘 되는지 근거가 없다"며 "비용대비 할 만한 일인가도 검증해 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원급의 진료 수준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없애고서 이용하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정책적 고려는 없다"며 "보험자가 의료기관 선택에 참고할 정보를 제공하고 가감지급, 성과연동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