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OOO 입니다. 이번 중간고사 성적을 미리 알 수 있을까요?"
"교수님, 성적이 잘못된 것 같은데 교수실로 언제 찾아뵈면 될까요?"
"교수님, 오늘 회식 장소는 병원 앞 횡단보도 건너에 있는 OO가든 입니다."
이들 사례는 모두 의대생 및 인턴, 전공의가 교수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다.
SNS 열풍이 스승과 제자 사이의 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다.
A의대 학생은 14일 "카카오톡이 대중화되면서 교수님과도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님과 페이스북 친구예요"
S대학병원 교수는 "학생들이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일부러 (휴대전화에 어플을) 설치했다. 이후 카톡으로 성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도 등장했다. 시대가 변하는데 옛날 방식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NS 등으로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사례가 많아져 심리적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긴 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S대학병원 교수는 "과거에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학생들도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가 도입되는 등 발전적으로 바뀌고 있다. 스승과 제자 관계가 근본적으로 수평적일 수는 없지만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대학은 학생들이 수업과 교수에 대해 평가하기도 한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인턴 및 전공의도 교수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아예 간단한 성적 정정 및 문의가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요청하라고 공지할 정도다.
교수와 학생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친구맺기를 통해 사진을 게시하고 댓글을 달면서 친분을 쌓기도 한다.
B의대 학생은 "페이스북에서 교수님이 게시한 글에 댓글을 달면 수업시간에 더 반갑다. 페이스북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공간이라서 학교나 병원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는다"고 밝혔다.
C의대 학생도 "교수님과 트위터 친구를 맺고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다. 새로운 사진이나 글이 올라오면 수시로 댓글을 단다. 어떤 교수님은 재밌는 내용이 있으면 퍼가는 것은 물론 리트윗도 한다"며 달라진 세태를 소개했다.
다만 이런 사회적 현상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이 나이에 카카오톡까지…"
S대학병원 교수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변화를 반기면서도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사실 예전에는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성적에 문제가 있어도 감히(?)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메일을 써놓고 차마 전송하지 못하거나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년퇴임을 앞 둔 이 교수는 카카오톡 알림말로 '이 나이에 카카오톡까지…'라고 남겨져 있었다.
2007년 의대를 졸업한 모 레지던트도 "2000년대 초만 해도 SNS는 전혀 활성화 되지 않았다. 특히 성적문제는 과대표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정도였지 직접 개인적으로 얘기할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SNS 활성화로 1인미디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학생들의 개인주의가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지어는 부모를 통해 자신들의 불만을 학교에 전달하기도 한다.
S대학병원 교수는 "인턴 부모로부터 힘든 진료과로 배정됐다는 식의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과거에는 아예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세대를 보면 부모 의존도가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J대학병원 교수도 "병원에 설치된 고객불만 접수함에서 자식이 너무 힘들어한다는 학부모의 메시지를 본 적이 있다. 일부러 힘들게 교육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모두 거치는 과정인데 왜 부모가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