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이 과다하게 진료한 것에 대한 진료비를 돌려주겠다고 전화해서는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요. 신종 보이스피싱인 것 같은데 혹시 제 진료정보가 노출된 걸까요?"
A산부인과 원장은 얼마 전 환자 L씨로부터 신종 보이스피싱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L씨의 얘기를 다 들은 A원장은 이 전화가 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조회라는 것을 깨닫고 안심시켰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조회를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해 의료기관에 문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변종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면서 발생한 해프닝인 셈이다.
그러나 개원의들은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A원장은 "L씨에게 수진자조회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병원에서 자신의 진료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는지 불안해 하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은 의료기관이 과다하게 진료한 것에 대해 공단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니까 그동안 병원이 불필요한 진료를 해온 게 아닐까 불신하기 마련"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 같은 사례는 A원장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A원장은 "동료 개원의 상당수가 공단의 수진자조회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의사와 환자의 라포르 형성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조회는 번번이 개원가와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원의들은 수진자조회로 인해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 하락과 환자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수진자 조회 제도의 위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건보공단의 업무 범위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수진자 조회를 공단의 업무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단의 수진자조회가 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업무가 되려면 복지부가 업무지침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 없이 시행하는 것은 위법행위라는 얘기다.
개원의들의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자 의사협회도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불합리한 건보공단의 수진자조회에 대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특히 과다 진료비를 돌려주겠다며 유도신문을 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