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많이 줄어든 것은 리모델링 공사 때문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 전혀 문제없다."
지난 17일 서남의대 남광병원 측 변호사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 앞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은 남광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수련병원 지정취소처분 취소소송 변론기일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지난 3월 <메디칼타임즈>가 남광병원의 부실한 수련실태를 고발한 기사를 언급했다.
그러자 남광병원 측은 최근 리모델링 사진들을 증거로 제시하며 반박에 나섰다.
과연 남광병원 측의 주장은 사실일까?
<메디칼타임즈>는 두 달여 만에 서남학원 남광병원을 다시 방문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지난 23일 오후 1시 30분경. 남광병원에 들어서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9개층 중 1층 외래와 병동 두개층을 제외하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남광병원 1층은 두달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공사 때문에 2층에 있던 외래 진료실 중 병리과, 산부인과, 소화기내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층으로 옮겨졌다.
벽면은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졌고, 파란색 조명, 녹색 카펫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환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병원에 대략 2시간을 머물렀지만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두달 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유가 뭘까?
통상 병원 리모델링은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노후한 X-ray 등의 의료장비와 시설을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남광병원의 경우 상당한 돈을 투입해야 하는 의료장비나 시설은 손대지 않고, 외관 일부만 바꾼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리모델링 역시 아예 새로 한 게 아니었다. 어떤 층은 복도만 새로 페인트 칠하고, 병실 내부는 그대로 였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라면, 전공의 수련병원이라면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장비, 시설 투자가 우선이지만 남광병원의 리모델링은 법원에 제출한 사진 속 변화가 전부였다.
노후된 의료장비를 교체하고, 젊고 우수한 의료진 영입, PACS, OCS, EMR 같은 시스템 구축 등을 병행하는 게 리모델링의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남광병원은 '시늉'만 낸 것처럼 보였다.
9층 중 2개 층 빼고 모두 '공사중' 또는 '미완성'
기자는 9층부터 한층 한층 내려오며 관찰했다. 병동이 있는 6층과 7층을 제외한 모든 층이 공사중이거나 미완성이었다.
지난해 7월 열린 심포지엄 포스터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 붙어 있었다. 약 1년 동안 심포지엄, 학술대회 등에 대한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공의들이 수련하는 병원에서 1년전에 열린 심포지엄 포스터가 붙어 있다는 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불현듯 서남의대 졸업생의 말이 스쳐지나갔다.
"의대 실습 때 남광병원에서는 그냥 공부만 했다. 의사국시에 합격한 후 서울에서 인턴과정을 밟으면서 다른 학교 출신들보다 눈으로 보고 배운 게 확실히 적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병동 5개층 중 6층과 7층만 그나마 운영되고 있다.
두개 층 스테이션에는 간호사 2명도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두층을 통틀어 눈으로 확인한 입원 환자는 500병상 중 3명 정도에 불과했다. 두달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남광병원 측은 최근 법원에서 리모델링으로 인해 환자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입원 병동은 이전보다 더 썰렁했고, 환자 감소의 원인을 단순히 리모델링에서 찾기에는 병원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병동 옆 교수연구동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병동과 교수연구동이 함께 자리한 5층은 리모델링으로 온통 하얀세상이었지만 병실에는 침대는 물론 전기선도 제대로 연결 돼 있지 않았다.
중환자실은 여전히 텅텅 비어 있었고, 인공신장실 기계도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1층과 함께 외래 진료실이 있어야 할 2층은 한창 공사중이었다.
모퉁이를 돌면 두달전 봤던 익숙했던 장면이 그대로 펼쳐졌다. 산부인과 외래 앞에 놓여져 있는 안내팜플렛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신생아실은 깜깜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곳만 손 보고있는 듯했다.
과연 이런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수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두달전과 다를 게 없었다.
병원을 나오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환자 한 명을 만났다. 왜 남광병원에 입원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병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환자가 없어서 조용해 요양원 같잖아. 공기도 좋고…지금 병실에도 침대가 몇개 있는데 나 혼자 입원해 있다. 환자복도 마음대로 갖다 입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