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1일 건강보험 직장, 지역 재정통합 위헌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자 의료계와 공단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청구인단은 판결이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해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한 반면 공단은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31일 헌법재판소는 건보통합 위헌 소송에 대해 "재정통합으로 인해 경제적 계층의 형성을 방지하고, 소득 재분배와 국민 연대의 기능을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 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 결정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직장-지역 가입자의 소득파악률 격차 감소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가입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고려해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게 보험료를 산정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청구인으로 참여했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좌훈정 전 연구조정실장은 "이번 판결은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오면 건보를 분리해야 하는데 국가적으로 큰 일이기 때문에 파장을 줄이려고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헌법 소원할 당시 위헌 소송을 제기해 본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과 법률 자문을 다 마쳤고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며 "확실하게 위헌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은 소득파악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지만 다소 좋아진 것만으로 근본적인 개선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번 판결은 한마디로 사정 판결"이라며 "법적으로 보면 위헌이지만 현실적, 정치적인 상황에 맞게 고려해 판결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헌법 재판관 9명 중 1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번 판결에서 2대 6으로 위헌이 아니라고 한 사람이 많았지만 3대 5 정도로만 판결이 나왔으면 헌재가 클레임을 받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위헌 소송에서 의료계가 승소한 적이 없다"며 "이번이 가장 확률이 높았는데도 패배한 것은 헌법소원을 통해 의료계가 권리를 찾을 수 없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이 일단 시행되면 바꿀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면서 "의료계에 불합리한 법이 만들어지려고 하면 제정 당시 막아내거나 우려스러운 점을 정확히 보완한 후 법을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단은 "헌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단 측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현재 건보체계를 오롯이 받아들여준 것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험료 부과 형평성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이다.
공단은 "보험료 부과 형평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소득 중심으로 부과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공단 측 입장이었다"며 "직장-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체계의 형평성은 문제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공단 노조 역시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판결"이라며 "불필요한 소송으로 인해 시민사회나 공단에 끼친 불이익에 대해 의료계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