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의료기관 원가보존율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심평원은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 기본진료 유형별 원가를 조사해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할 때 반영할 목적으로 보사연에 연구를 의뢰했다.
보사연이 이들 6개 유형을 반영한 의료기관 종별 원가보존율을 보면 상급병원이 83%, 병원이 90%, 의원이 96%에 이른다. 평균 원가보존율도 91%라는 게 보사연의 연구결과다. 의료계는 그간 원가보존율이 73%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현 수가가 원가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표본의 대표성이 문제다. 보사연은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병원 12곳의 2010년도 회계자료를 분석해 원가를 산출했다고 하지만 이 중 병원의 자료는 단 한 곳도 반영하지 않았다. 12개 의료기관이 지역별, 규모별 대표성이 있는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표본이 턱없이 적다.
의료기관 원가는 임대료, 인건비, 인력 규모, 지역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봉직의 연봉을 4000만원으로 산정해 원가를 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연봉을 받고 봉직의를 할 의사가 도대체 몇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심평원은 1주일에 2~3일만 근무하는 비상근 의사 월급까지 반영해 이같은 연봉을 산출했다는 황당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의료기관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하기 위한 연구치고는 너무나 일방적이다. 이번 연구는 의사에게 박봉을 주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의료기관의 원가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애로가 적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방적인 원가 분석은 의료계의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를 기초로 한 원가 분석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