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사협회장은 10일 "저와 똑 같은 생각을 하는 정치인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낮은 수가 등의)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꿔주지 않는다. 우리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이날 인천 라마다 송도 호텔에서 열린 '인천광역시의사회 2012 학술대회'에 참석해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 등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에 적극 대응할 것을 회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먼저 정부가 강제적으로 정한 낮은 수가로 의료계가 어떻게 됐는지부터 조명했다.
노 회장은 "의사들은 현재 낮은 수가, 심평원을 통한 공단의 삭감, 그리고 심평원의 진료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과도한 통제에 의해 전문 의학지식과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져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특히 원가 이하의 수가는 의사들이 보험료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의사들은 보험료도 못낸다. 수가가 낮아 이윤이 안나다보니 만약에 있을 사고에 대한 보험조차 못드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방어진료가 나오고 역으로 과잉진료까지 나오는 것이다. 2006년 심평원 자료를 보면 의료 원가보존율은 고작 73.9%"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해준다는 안일함 버려야…건정심 탈퇴 그 일환"
하지만 노 회장은 이런 의료계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의사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를 인정하고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우리는 그간 원가 이하의 강제진료수가를 방치한 채 과잉진료 등 편법과 불법으로 생존을 영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가에 맞춰 진료를 하며 타협한 결과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회피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물론 우리 의사들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이는 우리 뿐이다. 결국 이것이 정부 정책 추진에 빌미가 됐다. 지금이라도 이 잘못된 구조를 깨기 위해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건정심 탈퇴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의사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국민을 위해 제 기능과 전문가 단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이 역할은 누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제도를 바꿔주지 않는다는 소리다.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노 회장은 "이렇게 해야 전문 의학지식과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있고,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또 국민으로부터 존중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환경은 의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