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는 당장 의료기관 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설명회'에는 700여명의 병의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78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톨릭의대 성의회관 마리아홀이 꽉 찼다.
대한의사협회가 설명회 불참을 최우선으로 하되, 참석자는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항의해 달라는 공문을 시도의사회에 보내면서 집단 보이콧까지 예견됐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이날 오후 6시 30분.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서울시의사회 관계자 3명이 포괄수가제 반대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에서 만든 '7월 포괄수가 강제적용 결정 의협 입장 및 대책 대회원 설명자료'도 나눠줬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사람들이 많이 온 것처럼 보이지만 다들 심평원 직원들을 동원한 것"이라며 "각 지역 설명회에도 시도의사회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현실'이라는 단어로 참여율이 높은 것에 대해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7월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는 결국 의사들의 삶이다. 관련한 문의전화도 많이 받고 있다. 실제 청구를 담당하는 보험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병의원 직원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되자 설명회 책자 1150권이 나갔다. 심평원과 공단 직원이 동원됐다고 하더라도 적지않은 병의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이다.
설명회는 포괄수가제도에 대한 ▲개요 ▲수가 ▲청구방법 ▲평가 ▲급여기준 순으로 진행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솔직히 2010년 의료계 거부로 DUR 설명회가 썰렁하게 진행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했다.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지만 당장 청구를 제대로 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도 의협이 독려했던 포괄수가제에 대한 부당함을 항의해 달라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중복수술시 가산점수, 질병군 범주 검색법, 동시수술시 포괄수가제 범주 등 제도 자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행사 후에도 심평원 직원들은 궁금한 점을 묻기 위한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행사에 참석한 A안과의원 간호사는 "국가유공자 급여가 궁금해서 참석했다. 원장님한테 설명회 참석하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가라고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또다른 B병원 간호사는 "원장님에게 허락은 맡지 않았다. 설명회 공고를 보고 알아야 할 것 같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7월부터 청구는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