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은 상근 물리치료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시간제 물리치료사로 하여금 물리치료를 하도록 할 수 있나?
의료기관이 상근 물리치료사를 두지 않더라도 시간제 인력을 채용해 물리치료를 시킬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의원을 개원중인 B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업무정지 및 의사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과 관련,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복지부는 2010년 6월 B원장이 운영하는 의원의 과거 36개월치 진료분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벌여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수진자의 내월일수를 부풀려 청구하거나 비급여대상 진료후 요양급여로 이중청구하고, 이학요법료 산정기준을 위반했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복지부가 산정한 총 부당청구금액은 3500여만원.
특히 복지부는 상근 물리치료사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 3명의 시간제 물리치료사에게 물리치료를 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상근한 것으로 신고해 이학요법료를 산정했다며 해당 청구분 1900여만원을 부당청구에 포함시켰다.
현행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 세부사항에 따르면 상근하는 물리치료사 1인당 물리치료 실시인원을 월 평균 1일 30명까지 인정한다.
다만 시간제, 격일제 근무자가 주 3일 이상 및 주 20시간 이상인 경우 0.5인으로 인정, 월평균 1일 15명까지 이학요법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B원장은 "시간제 물리치료사를 0.5인의 물리치료사로 보아 월평균 1일 최대 15명에 대한 이학요법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실제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가 1일 평균 12.6명이어서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또 B원장은 "해당 규정이 상근 물리치료사 1일이 있음을 전제로 추가 고용한 시간제 물리치료사를 0.5인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B원장은 심평원에 시간제 물리치료사를 상근 물리치료사로 신고하고 이학요법료를 지급받은 이상 부당청구로 봄이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간제 물리치료사가 시행한 이학요법료 부분은 부당청구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고시의 문리해석상 시간제, 격일제 물리치료사를 0.5인으로 보아 이학요법료를 산정하기 위한 전제로 반드시 별도의 상근 물리치료사 1인이 존재할 것을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시가 상근 물리치료사만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시간제, 격일제 물리치료사가 실시한 물리치료에 대해 이학요법료를 산정할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복지부 스스로도 이를 의식해 상근 물리치료사가 1인 이상 근무하는 경우에만 시간제, 격일제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가 이학요법료 산정 대상이 된다고 에둘러 주장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상근 물리치료사가 아니라 시간제, 격일제 물리치료사가 근무하는 것만으로 물리치료의 적정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데도 상근직이 없다는 이유로 이학요법료를 전액 산정하지 못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상근직 없이 시간제, 격일제 물리치료사가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물리치료의 적정성 여부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상근직에 준해 그가 실시한 이학요법료를 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제 물리치료사가 세부사항고시에서 요구하는 주 3일 이상 및 주 20시간 이상 근무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학요법료를 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부당청구와 관련해 월평균 1일 15명 이하까지 한 물리치료 실시인원에 대한 이학요법료 부분은 부당청구액에서 제외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시간제 물리치료사의 이학요법료 부분을 부당청구액에서 제외하면 월평균 부당청구액과 부당청구비율이 달라져 업무정지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의사자격정지 4개월 처분에 대해서는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달리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이모 원장이 상근 물리치료사를 두지 않은 채 시간제 인력을 활용해 물리치료를 한 것에 대해서는 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이 정당하다며 상반된 판결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