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포괄수가 질병군 '수술 거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3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첫날인 7월 1일부터 일주일간 수술을 포기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상임이사회에 참석한 임원 상당수가 수술 거부를 통해 정부 제도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긴박하게 상임이사회 일정이 잡히면서 10여명 참석한 데 불과했지만 나머지 임원진은 위임장을 전달해 20여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였다.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해당 질환에 대해 수술 거부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복지부 또한 법적으로 처분한다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이대로 수용할 수없다는 게 의료계의 정서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 정책에 언제까지 끌려가야 하느냐"면서 "제왕절개 등 응급상황인 경우를 제외한 부인과 수술에 대해서만 일주일간 수술을 거부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임이사회에 참석한 임원들도 이번 사안은 의사협회와 입장을 함께하고 힘을 모아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이는 정부, 국민과 맞서기 위해서도 아니고 환자들에게 불편을 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제도의 문제점을 홍보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산부인과는 물론 이비인후과, 외과 또한 수술 거부에 동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관계자는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은 결과적으로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빼앗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 뻔한 데 이를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수술 거부를 통해 의사들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세는 의사협회와 뜻을 함께하고 수술 거부에 동참하자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수술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앞서 산부인과가 모든 수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는 신속하게 보도자료를 통해 와전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제왕절개 등 응급수술에 대해서는 수술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열린 산부인과의사회 상임이사회에서도 일부 임원은 "제왕절개 수술 이외 모든 수술을 거부하기 힘들다"면서 다른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상임이사회에서 수술 거부 찬반 여부를 결론짓기 어렵다고 판단, 15일 열리는 시도지회장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산부인과 한 개원의는 "이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문제"라면서 "현재 사회적으로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초강수가 먹힐 지 의문"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