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냉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박민수 보험정책과장 휴대전화에 폭주한 포괄수가제 관련 협박성 문자메시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문자메시지는 지난 14일 박 과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한 "의협 집행부는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촉발됐다.
복지부 장재혁 건강보험정책관은 이날 기자실을 방문해 박 과장을 향한 불특정 다수의 문자메시지 내용과 상황을 설명했다.
장 정책관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 전화는 이해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동안 도를 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수사의뢰 배경을 전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욕설과 함께 '밤길 조심하라' '뒤통수 조심하라' '포괄수가제에 네 자녀가 첫 희생되길 기원한다' 등 협박성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장재혁 정책관은 "의사라고 자신을 밝힌 메시지는 없다"고 말했으나, 의협 집행부를 지지하는 일부 의사들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복지부 임채민 장관도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이례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소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신 장관께서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자내용과 수사의뢰 소식이 복지부 내부에 급속히 퍼지면서 의료계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한 공무원은 "다른 내용은 그렇다 쳐도 가족까지 싸잡아 협박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면서 "일반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공무원은 "의료계에 도움 되는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수가인상을 위해 가입자단체를 설득할 명분이 점점 희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로 빚어진 의사협회와 복지부의 대립이 끝이 보이지 않은 극한으로 달려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