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대형병원에 대한 일선 중소병원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병원의 규모 확장이 중소병원 경영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1일 모 중소병원 원장 "작은 병원들은 환자가 없어서 입원실도 못 채우고 있는데 대형병원에선 환자가 넘치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만 선호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대형병원 대형화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대형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 수가 1만명이 넘지만 우리 병원은 400병상인데 300병상을 채우기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일단 환자들은 대학병원을 선호하고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병상을 확장한 결과 간호인력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는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서울지역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의 신축 및 증축에 맞춰 간호사들이 대거 빠져 나갔다"면서 "환자 뿐 아니라 간호사까지 모두 흡수하는 대형병원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모 대학병원 간호본부장은 "2~3년 전 대형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확장에 나서면서 중소병원급 간호인력을 대거 흡수했다"면서 "내부적으로 당시 이직율이 가장 높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학병원 간호사들도 규모가 크고 근무환경이 좋은 대형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중소병원 간호사 상당수가 유입됐다"고 환기시켰다.
즉, 대형병원이 규모를 확장하면서 간호인력 기근이 더 심화됐다는 것이다. .
병원협회는 병원계가 힘을 모아 중소병원 회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형병원이 중소병원 경영난의 주요인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병원회가 명예회장들을 초청해 간담회을 열자 대형병원 몸집 불리기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명예회장들은 대형병원들의 몸집 불리기가 중소병원 경영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