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포괄수가제와 관련해 의사들을 매도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인을 가장해 여론을 조장하거나 '쓰레기'나 '놈'과 같은 저속어를 사용하는 등 정도를 크게 벗어나고 있어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일부 포탈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정부의 의사 매도행위가 도가 넘어섰다"며 "정부 측 사과와 매도 중지, 관련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보공단 모 주임은 포괄수가제와 관련해 의사가 쓴 글에 "얘 많이 까부네…페이닥터라고 글 올리는 너도 못 믿겠거든? 의협 댓글 알바 멘붕의 현장?" 등의 댓글을 남겨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의협님들아…제발 이런 입 걸레 같은 쓰레기 놈들 말고…하긴 니가 의사 발가락이나 되야 허위청구를 해보든 말든 했겠지" 등의 댓글을 마치 일반 누리꾼인 것처럼 달았다.
공단 모 차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익명의 현직 의사는 "아버지가 위와 폐암 수술 후 3년 동안 재발이 없자 6개월에 한번씩 CT를 찍었다"며 "첫 6개월이 되던 때 간암 재발과 폐 전이로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이 글에 대해 공단 모 차장은 "현직의사님 CT 매일 찍었으면 (아버지가) 10년도 더 사셨을텐데 돈 많으신 분이 좀 아낀다고 불효하셨군요. 돌아가신 부친께 진심으로 사죄하세요. 제가 의사라면 집에 CT기 사놓고 매일 매시간마다 찍어볼텐데"라고 비꼬는 듯한 댓글을 달았다.
공단 직원의 악성 댓글에 현직 의사는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직 의사는 "이 댓글에 제 심장에는 칼이 들어왔다. 일반인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가겠으나 정부에서 일하는 공단 소속이라는 게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부탁했으나 댓글만 지웠다"면서 "24일까지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법적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공단 모 실장 역시 '포괄수가제가 오히려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높다'거나 '포괄수가제가 민영화 논리? 의료계 황당 주장' 등 14개의 글을 토론장에 올려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정부가 앞에서는 대화의 채널로 나오라고 주장하며 뒤에서는 마치 국민인양 여론을 조장하고,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다"면서 "기가 막힐 노릇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과연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정부가 해야할 행태인지 의심스럽다"며 "이에 대한 사과와 부적절한 행태의 즉각적인 중지, 관련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단 측은 "의협이 몇몇 단어에 초점을 맞춰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 직원 중에는 제도를 알리는 것이 본연의 업무인 사람도 있는데 이를 마치 여론을 조장했다는 식으로 몰아가거나 일부 매끄럽지 못한 표현에만 초점을 맞춰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
공단 관계자는 "공단 역시 (의료계의) 전화 테러나 문자 테러 등으로 시달리고 있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분이 있다"며 "이런 악성 댓글을 수집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