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재분류를 놓고 의사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사전피임약 호르몬의 60배에 달해 일각에서 '호르몬 폭탄'이라고 불리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놓고는 더욱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26일 열린 국회의원회관 신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피임약 재분류 관련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주장은 예상대로 평행선을 달렸다.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의사끼리도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이임순 피임연구회 회장(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과 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을 반대한 반면 의사 출신인 김철중 조선일보 기자(고대 의대)와 정승준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한양의대 교수)은 이를 찬성했다.
먼저 이임순 회장은 주제 발표에서 정액을 먹으면 임신이 되는 줄 아는 여성이 많다는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피임약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
그는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논의에 앞서 시민단체, 교육·복지·여성부, 의료인 등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성·피임 교육을 해야 한다. 피임약 복용률이 외국과 비슷해지고 성문화가 성숙화된다면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공보이사도 "피임도 진료다.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여성들의 건강과 낙태 감소를 위해 피임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견을 적극 반영해 피임 진료를 정착시켜야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의사 출신인 김철중 기자와 정승준 보건의료위원의 생각을 달랐다.
김 기자는 "예전에는 전문의들이 했던 일을 최근에는 환자들이 직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성,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큰 트렌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인정한다면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찬성"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다만 그는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에는 충분한 모니터링과 피임에 관한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 보건의료위원도 "피임약을 말할 때는 여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 또 응급피임약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복용해야 한다. 일반약 전환시 오남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시스템적인 보완을 해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식약청 의약품 재분류안 그대로 가지 않겠나"
하지만 이런 피임약 재분류 논쟁이 거세지만 당초 식약청의 피임약 재분류안이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토론회 직후 기자와 만난 식약청 관계자는 "1년 넘게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마련한 안이 공청회 몇 번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고, 의사 출신 한 패널도 "노력은 하겠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