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검사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8일 오전 10시 30분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상고심이 열린 대법원 법정.
재판장의 원심 확정 판결을 선고하자 법정에서는 중년 여성의 옅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중년 여성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법정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날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 대해 확정판결 기일. 재판부는 원고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대로 실형을 선고했다.
성추행 가해자 혐의를 받고 있는 배모(26) 씨와 박모(24) 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2년 6월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기각 판결에 충격을 받은 배씨의 모친 A씨는 판결이 선고된 직후 신음소리를 내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서면서 실신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A씨와 함께 온 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한탄하며 소리내어 우는 바람에 잠시 법정이 소란스러워졌다.
어엿한 의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던 아들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는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경기도에 여행을 갔다가 동료 남학생 3명이 술에 취해 잠든 여학생 B씨를 성추행했고, B씨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판결은 성추행 의대생 3명 중 한모 씨(25)는 상고를 포기, 복역 중으로 배씨와 박씨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배씨가 대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이 박씨와 한씨가 진술한 내용이 서로 달라 신빙성이 없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앞서 박씨, 한씨와는 달리 배씨는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지만 정황상 진술 내용이 맞지 않아 인정되지 않았다.
이어 원심에서 배씨가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 여학생에게 2차 추행을했다고 판단, 유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는 박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 판결에서 추행을 하는 도중 휴대폰으로 이를 촬영했다는 것을 미뤄볼 때 의사결정 능력이 없을 정도로 술에 취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그대로 수용한 것.
다만 대법원은 박씨와 배씨가 1차 추행에 이어 2차 추행에서 합동으로 공모해 성추행을 했다는 검사 측의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배씨와 박씨를 각각 단독범으로 인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합동준강제추행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