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통증환자들은 마약성 진통제에 거부감을 보인다. 마약이라는 단어에서는 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환자별 적정 처방이 된다면 통증 관리에 마약성 진통제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문동언 대한통증학회 회장도 "진통제를 오래 써야 하는 노인은 위장관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가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보다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하얏트 호텔에서 통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덴마크 '올레 보 한센' 박사를 만났다.
그는 만성 및 비암성 통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마약성 진통제 사용의 중요성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마약성 진통제 등을 통한 꾸준한 통증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최신 기술력의 패취제 등은 지속적인 통증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올레 보 한센' 박사와의 일문일답.
한국은 통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특히 통증 환자들은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 덴마크는 어떤가.
유럽에서도 국가마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한국도 특수한 상황이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덴마크는 모든 의사들이 만성통증, 비암성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다. 우리는 환자들이 비암성 통증을 겪게 되면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권장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처방은 물론 환자들에게 필요한 적정 수준을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만성 비암성 통증 환자들은 마약성 진통제 제제에 적절한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덴마크에서 통증 치료에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물은 트라마돌과 같은 약한 마약성 진통제와 다양한 종류의 강한 마약성 진통제들이다.
통증 치료의 최신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초기부터 바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과거 점진적 치료 방식과 다르다.
그렇다. 국제통증학회(IASP)에서는 약하거나 강한 마약성 진통제의 구분이 의미 없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약한 마약성 진통제와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한 그룹으로 묶어서 처방하는 것이 최근 변화된 추세다.
약한 마약성 진통제이든 강한 마약성 진통제이든 이상반응 측면에서는 차이가 같다. 중독, 메스꺼움, 구토, 변비 등 발생률은 낮은 수준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상반응 보다는 오히려 용량에 대해 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약한 마약성 진통제 코데인 50mg을 하루 세 차례 투여하는 것보다 강한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을 5mg 세 차례 투여 하는 것이 용량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통증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천차만별이어서 객관적 진단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의사는 통증 환자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
우선 환자를 믿어야 한다. 또 의료진은 그것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통증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를 믿고, 이를 기반으로 치료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 통증 관리 치료제로 경구용 이외에 패취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덴마크 상황은 어떤가
아직까지 가장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는 여전히 경구용이다. 패취제는 장점이 많지만 약 10~15%의 환자들에게서만 처방된다. 약이라는 것은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가격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구용이 훨씬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가격적 요소가 해결되면 패취제의 사용이 늘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패취제만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그렇다. 가격이라는 요소를 제외하거나 최소화시켜 본다면 패취제가 경구제보다 큰 장점이 있다.
화이자의 팬타듀르 패취를 예를 들면, 먼저 3일에 한 번 부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순응도가 매우 높다. 1일 3회 복용하는 것보다 한 번도 빠뜨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 피부 부작용도 거의 없다.
두 번째는 이상반응이 현저히 개선됐다는 점이다. 기타 제제들에 비해 메스꺼움, 구토, 변비, 어지러움 같은 부작용이 덜하다.
세 번째가 매우 중요한데 혈중 마약성 진통제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효과가 24시간 내내 지속되기 때문에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만성통증 환자들은 혈중 마약성 진통제 농도가 어떻게 요동치는가에 따라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되기 때문에 적정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패취제를 교체할 때 약물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가
다시 팬타듀르를 예를 들면, 패취를 제거해도 혈중에 남아있는 펜타닐 성분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12시간에서 18시간 정도 소요된다. 때문에 기존에 붙였던 것을 떼고 새로 붙여도 혈중 약물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한국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가 많이 쓴다. 마약성 진통제와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면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NSAID 계열 제제들은 이상반응이 잘 알려져 있다. 위장관이나 심장 쪽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NSAID 계열 약물은 주로 급성 통증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염증 동반 급성통증 환자들에게는 좋은 치료제다.
하지만 만성 통증 환자들은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NSAID에 대한 처방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만성이라도 염증을 동반하던가, 급성 통증을 함께 느끼는 환자의 경우에는 NSAID 계열의 약물을 처방한다. 가능하면 단기에 처방을 하고, 최대 2~3주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의료진에게 조언한다면
한국 의사들에게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마약성 진통제의 환자별 적정 수준의 처방은 통증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