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증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질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경쟁으로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 정부 제도를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일 대강당에서 '요양병원 관리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제10차 건강보장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공단 보험급여실 고영 부장은 "요양병원들은 현재 치료보다 요양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병원 치료보다는 생활시설화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요양병원 평균 입원일수를 제시했다. 2010년 평균 입원일수가 119.6일로 나타났고, 360일 이상도 10.8%를 차지했다.
고 부장은 "입원환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현재 신포괄수가 형태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는 요양병원 수가보상방식의 문제점도 밝혔다. 현재 요양병원 수가는 7개 질병군에 대한 입원일당 정액수가와 행위별수가가 합쳐져 결정된다.
문제는 환자 중증도가 높을수록 수가가 높아지니까 업코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중도이상 환자 비율도 2008년 69.5%에서 2010년 74.9%로 증가했다.
고영 부장은 앞으로 공급자인 요양병원을 강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법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강한 행정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또 장비나 시설, 인력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 기반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요양병원 중에서도 기능이 떨어지는 곳은 요양시설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경증환자를 요양시설로 보내는 수가장치 마련도 제안했다. 정액수가로 묶여 있는 7개 질병군 중 요양시설에 가도 될만한 경증환자는 본인부담율을 높이거나 해서 시설로 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고 부장은 "현재 정부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서 의료의 질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행위별 명세서를 받고 있다. 요양병원도 과소진료, 의료의 질 저하 예방을 위해 진료내역 자료를 제출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 아닌 사람들이 병원 운영 할 수 있기 때문에…"
한편, 요양병원의 경쟁이 심화된 이유는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서영준 교수는 요양병원의 수와 진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로 병원 설립 자격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과 시설 97~98%가 민간자본이다. 수익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식으로든 들어오는 것이다.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것은 요양병원 및 시설 시장이 수익성 있는 시장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노영균 교수도 "2013년부터 요양병원 의무 인증이 시작된다. 요양병원협회도 질 좋은 병원을 걸러내고 싶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의료비는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허점 때문에 재정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부당청구, 인력허위신고와 같은 부정은 많이 줄고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제도에 허점이 상당히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기입원환자에 대한 본인부담도 증가시켜서 퇴원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퇴원시키려고 해도 결국 갈 곳이 없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재활 치료를 받던 어르신을 열심히 치료해서 집으로 보내면 그 후에는 팔로우가 안되기 때문에 한두달 지나면 다시 누워서 재입원한다. 재활방문에 대한 수가를 만든다든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소망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요양시설에 있다가 병원을 다시 찾아서 입원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등급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 사회적 입원하는 경우도 받고 해서 입원율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시설에 있다가 다시 재입원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인들은 그날그날 상태가 달라진다. 환자 본인들이 요양시설의 인력이나 시설이 불안해서 직접 요양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정책을 만들 때 국민들이 원하는 제도가 뭔지, 실제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