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카바(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수술에 대한 정부의 결단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전향적 연구를 전제로 3년 조건부 비급여라는 고시를 발표할 때부터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예고돼 있었다. 고시에는 '3년'이라는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카바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3~5년간 심층평가가 필요하다는 흉부외과학회 등의 의견을 참고해 3년 후 급여 여부를 재심의하는 조건으로 비급여로 인정한다"고 분명히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달 30일 발표한 고시에는 3년이라는 말이 빠져있다. 고시는 2009년 6월 15일부터 시행됐다.
건정심이 정한 조건부 비급여기간 3년이 지난 2012년 6월 15일. 논란만 가득했던 카바수술의 조건부 비급여 고시가 만료됐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고시 자체에 3년이라는 날짜가 없다. 건정심의 결정 내용이 최종 결정이기 때문에 조건부 비급여 기한이 3년이라는 것은 유효하지만 무자르듯이 고시가 만료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시 후 3년이 다 된 시점인 지난 5월 24일 카바수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첫회의를 가졌다. 카바 수술의 쟁점사항 해소와 정책적 자문을 받기 위해서다.
자문위원회 소속 한 위원은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아주 많은 논쟁을 벌여왔다. 각종 전문위원회, 실무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반복됐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긋한 싸움이 계속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아무 것도 결정난 게 없다. 자문위원은 아무 권한도 없다"며 "결정은 복지부가 해야 한다. 학술적인 의미를 떠나서 급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6월 말에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복지부 결정은 또다시 두달 이상이나 미뤄지고 있다. 휴가, 학회일정 등으로 자문위원들의 일정을 맞추지 못해 8월 초 자문위원회 8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차일피일 결단을 미루고 있는 정부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복지부는 지금 자신들이 원하는 입장이 나올 때까지 위원회 만들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송 교수의 자료 공개 발언은 임시방편으로 대응해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경증환자를 수술했다는 사실을 심평원이 검증했고, 복지부가 이미 확인했다. 정부의 강력한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못박았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적응증이 안되는 환자에게 카바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판단이 미뤄질수록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적응증이 안되는 환자를 수술한다는 것은 완전히 선을 넘어간 것이다. 정부의 결정이 곧 우리나라 수준을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