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라도 외과는 싫다. 차라리 간판을 버리고 정·재·영(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을 가겠다."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다.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이같은 전문과목별 양극화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외과 계열은 빅5로 분류되는 대형병원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일부 병원은 지원자가 전무했다.
메디칼타임즈는 후반기 전공의 모집 원서접수 마감일인 10일 전국 30개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외과계열 지원 기피 과목들은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외과에 3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명도 원서를 내지 않았고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도 지원자를 찾을 수 없었다.
세브란스병원도 산부인과 5명, 비뇨기과 4명 모집에 나섰지만 소득이 없었고, 산부인과 6명, 비뇨기과 7명을 뽑은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정원을 채운 곳은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에 1명, 소아청소년과에 2명 등 5개 과목에서 6명을 모집한 결과 가정의학과가 3대 1을 기록한 것을 비롯, 모든 과목에 정원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그나마 빅5병원들은 선방한 편에 속했다.
지방 수련병원들은 국립대병원들조차 단 한명도 지원자를 받지 못한 곳이 많았다.
강원대병원은 산부인과 1명, 외과 1명, 가정의학과 3명 등 5개 과목에서 6명을 모집했지만 창구는 3일 내내 텅 비어있었고 외과, 흉부외과 등 4개 과목 8명의 정원을 내건 전남대병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남대병원도 내과에서 1명을 채웠을 뿐 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가 미달됐고 경북대병원도 비뇨기과, 병리과, 마취통증의학과 모두 지원자를 받지 못했다.
중소병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예수병원, 한일병원 등이 후반기 모집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지만 지원율은 0%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부 인기 과목들은 사정이 달랐다. 지원자가 실종되는 가뭄속에서도 나홀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는 1명 모집에 3명이 원서를 내 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울산대병원 재활의학과도 역시 2대 1로 마감했다.
1명의 정원을 내건 강북삼성병원도 4명이 지원하면서 4대 1로 최종 마감되는 등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인기과목들은 사실상 모두 정원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A수련병원 관계자는 "후반기 전공의 모집 자체가 유명무실해 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혹시나 하는 기대조차 버린 상황이라 실망조차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