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수수액에 따라 수사의뢰 없이 의사에게 면허자격을 정지시키는 행정처분안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의료인 및 약사 등의 자격정지 기간을 리베이트 수수액과 연동한 강화된 처분기준 개정안은 리베이트 개념과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리베이트 제공·수수자 처분기준을 수수액에 따라 규정해 리베이트 수수사실이 확인되면 수사의뢰 없이도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현행 벌금액 기준은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의뢰가 불가피하므로 소송과 판결 등 벌금액 결정(6개월~1년)까지 면허자격정지 행정처분이 불가능해 쌍벌제 제재효과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리베이트 수수액(최소 500만원, 최대 2500만원)으로 처분기준을 변경하면, 수수사실이 확인된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의뢰 없이도 행정처분 사전통지가 가능해 리베이트 위반행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처분 기준안의 현실적인 적용이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현 의료법 제23조 2(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 금지)에는 '의약품 채택과 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 발표마다 등장하는 금전과 물품, 향응은 영수증 등으로 수수자와 제공자의 사실관계에 따른 수수금액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리베이트에 속하는 편익과 노무 등의 수수금액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와 친분관계로 의료기관에 편익을 제공하거나, 의사 개인적 사정인 이사 등을 도울 때 등 수수액을 결정하기 어려운 행위의 적용 여부이다.
의료전문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수수액 기준으로 행정처분 기준을 규정하는 것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골프나 술집 등은 금액이 나오지만 청소나 이사 등을 도운 노무의 경우 금액 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다만, "수수액 기준안은 오히려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같은 금액을 수수했더라도 검사와 판사에 따라 형사처벌 강도가 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이종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영업사원이 이사짐을 나른 것이 확인되면 이사짐 직원의 임금을 따져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얼마로 할 것인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등 불편한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복지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사전에 처분통지를 했더라도 법원에서 수수액이 달라지면 자격정지 기간도 변경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 역시 "편익과 노무 등 개량화된 기준이 없다고 리베이트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전하고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행과정에서 적용하는 것에 일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도 개정안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편익과 노무 등 리베이트 수수액 자체를 어떻게 보느냐가 개정안 마련시 논란의 대상이었다"면서 "입법예고 기간 동안(9월 30일까지) 합리적 의견이 들어오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