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00병상 규모의 A중소병원 K원장은 지난해 병원을 증축한 이후로 곤란해졌다. 증축 전만 해도 90%에 육박했던 병상가동률이 80%로 뚝 떨어진 것. K원장은 결국 한개 층 병상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2 B중소병원 J원장은 수년 째 290병상 규모의 병원을 잘 운영해 왔지만 최근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근근이 버텨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채용 공고를 내도 문의조차 없었다. 그러자 J원장은 병동 한층을 줄였다.
최근 중소병원들이 인력난과 환자 감소로 경영난을 심화되자 견디다 못해 궁여지책으로 병상 수를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상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환자가 감소한 원인도 있지만 사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난이 더 큰 원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A중소병원 K병원장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중소병원들은 병상가동률 90%가 안되면 사실상 적자라고 봐야 한다"면서 "다수의 중소병원들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병상 수를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병원 규모상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지만, 의료인력 및 경영상의 문제로 실질적인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수도권 일대 중소병원은 나은 편. 지방의 중소병원은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K중소병원장은 남아도는 병상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인건비 등 운영비를 투자해야 하고, 당장 의료인력 채용 압박이 커지자 과감하게 90병상 중 15개 병상을 폐쇄했다.
그는 인력도 없지만 경영난이 심각해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병동을 폐쇄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간호등급제가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면서 "병상은 텅 비어있는데 기준에 맞추려면 간호사를 고용해야하니 차라리 병상을 줄여 등급을 맞추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은 "의사 수도 부족하지만 간호인력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병상을 운영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면서 "지역 거점병원들까지 병동 한개층을 통째로 폐쇄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중소병원뿐만 아니라 지방에선 대형병원도 병상을 유지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병동 폐쇄에서 병원 폐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