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도회장들, 노환규 회장 비판 첫 성명서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의사협회의 일방 통행식 소통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소통 부재' 현상이 지속될 경우 10월로 예정된 전국의사가족대회에 회원 참여 독려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은 상태다.
13일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노환규 집행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노 회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의 자정강화에 대한 의협 노환규 회장의 인터뷰와 언론보도를 접한 다수 회원들은 심각한 자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도의사회회장단의 이같은 불만 표출은 노 회장이 모 언론사에서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촉발됐다.
노 회장은 한 의대교수의 수술 사망률이 80%에 달한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계가 이런 문제를 감춰왔고 이는 일차적으로 의사의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시도회장단은 "극히 예외적인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사례를 일반화하고, 개인의 의견을 협회의 의견처럼 언론에 발표해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회원들을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의사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 허니문 끝!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노 회장이 자정선언을 한 사실을 신문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면서 "그간 소통 부재 현상에 대해 불만 목소리가 나오던 터라 성명서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선량한 의사들을 비양심적인 의사로 매도한 일은 굉장히 문제가 커 논란이 쉽게 수그러 들 것 같지 않다"면서 "이로 인해 회원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시도의사회 회장 역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노 회장이 좌충우돌하고 일처리 방식이 미흡했어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믿고 지지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태를 계기로 워낙 회원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
그는 "로봇수술 사망률이 80%에 달한다는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당장 공개하라"면서 "회원을 보호해야 할 의협 대표가 왜 내부 일을 공개해 전체 의사를 매도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노 회장의 허니문 기간은 이제 끝났다"면서 "소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도의사회 대표와 집행부가 만나는 자리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우리 말은 듣지도 않고, 우리는 협회에서 하는 일조차 모르는 엇박자식 행보만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귀 막고 소통 거부 땐 전국 의사대회 '보이콧'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소통 부재가 지속될 경우 내달로 예정된 전국의사대회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의협을 도와주려고 해도 이런 분위기로는 시도의사회도 절대 움직일 수 없다"면서 "오죽하면 성난 회원들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성명서까지 발표하겠냐"고 환기시켰다.
그는 "시도의사회장들이 모여 의협을 '질책'하는 게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면서 "처음에는 미숙할 수도 있으니 3개월만 참자고 했는데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시도의사회는 의협의 지원군이면서 견제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먼저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사례를 공개하기 전에 변호사에 자문을 구하거나 회원들에게 자정선언에 대해 의견을 묻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