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랑 기사 퍼가셨죠?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120만원 물어주셔야 합니다."
S병원 원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병원 블로그에 올린 두개의 글이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돈을 물어내라는 연락을 받은 것.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글은 해외 연구 결과를 요약한 300자 정도의 짧은 기사였다. 기사에 포함된 사진 역시 업체가 직접 촬영하거나 저작권을 보유한 것이 아닌 이미지 업체에서 제공받은 사진이었다.
S병원장은 게재된 글에 출처를 표기한 데다가 글의 독창성과 창의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 보상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업체는 처음 제시한 120만원의 손해배상금액을 720만원으로 올려 병원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법적 싸움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침해 파파라치가 극성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사고,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서로(대표변호사 서상수) 김계환 변호사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인정받기 힘들 글과 사진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파파라치'가 활개치고 있다"면서 "3년 전부터는 병의원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올해 초 B병원과 K병원 등도 블로그 등에 올린 글이 저작권 침해 분쟁에 휘말려 돈을 물어준 바 있다. 송사에 휘말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 보상금을 물어주고 넘어간 것.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글들이 저작권을 인정받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단순히 해외 연구결과를 인용하거나 요약한 글도 역시 저작권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들이 직접 촬영하지도 않은 채 이미지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을 가지고 저작권을 주장하기도 한다"면서 "불과 몇 천원에 구매할 수 있는 사진에 대해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의도적인 파파라치 활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작권자를 사칭해 손해배상청구를 한 경우 공갈과 사기에 해당한다"면서 "선뜻 보상금을 주지말고 확실한 저작권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