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이 19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9월 19일 취임한 임채민 장관은 경제부처를 거쳐 국무총리실장 등 산업경제통에서 보건과 복지를 진두지휘하는 서민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임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분을 쪼개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소통의 달인답게 보육과 여성, 연금 등 복지 분야를 두루 돌며 현안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보건의료 분야는 전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출구 정책에 치중했다.
하지만, 만성질환관리제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화, 포괄수가제, 응급의료법 등 일련의 정책 대부분이 의료계 및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쳐 성과를 보였다고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의원급과 병원, 개원의와 봉직의 및 전공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및 물리치료사 등 의료계 직역별 갈등이 줄어들기 보다 오히려 확산되고 있어 정권 말기 주무부처 장관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반값 약가 인하와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 등도 강행했지만, 관련 업계와 직종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다.
◆만성질환관리제·경증 약제비 차등제 '효과 미비'
복지부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사전포섭을 위한 카드로 던진 만성질환관리제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 적용은 '함량 미달' 정책이라는 평가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시행한 52개 경증질환 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상급종합병원 30%→50%)과 의원급을 내원하는 고혈압과 당뇨 재진환자의 진료비 할인(30%→20%) 등이 생각만큼 기대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경증환자 상당 수가 병원과 의원급으로 내려갔다며 자평하고 있지만, 2만개가 넘는 의원급의 진료패턴과 경영성 제고에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병원제 역시 진료과 및 질환별 99개 병원을 지정해 특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보창구인 인터넷을 통한 유사 전문 의료기관 광고가 남발하고 있어 제도적 울타리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시민단체·병원계, 개정 응급의료법 불안감 가중
대구에서 발생한 장중첩증 소아 사망으로 불거진 응급의료체계 개선책은 '응당법’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하며 시민단체와 병원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밤샘하는 당직전문의 대신 개설 진료과목 모든 전문의 '온콜'(on call)제로 변경한 개정 응급의료법이 8월 시행 이후 3개월의 행정처분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학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응급의료제도개선협의회를 통해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대수술에 착수했으나, 2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출발선에서 그대로 멈춰선 상황이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국회 법 통과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조율이 없었던 부분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진료현장을 간과한 처분 중심의 강제화가 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반값 약가인하…일반의약품 슈퍼판매 강행
영상장비 수가인하와 함께 건보 재정 확충 방안으로 강행한 반값 약가인하는 임채민 장관의 업적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의 계단식 약가인하에서 53% 선으로 일괄 인하한 약가 정책은 국내 제약사의 매출 타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혁신형 제약사 선정과 지원이라는 당근책으로 업계 발전을 유도하고 있으나, 약가 인하의 긴 터널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약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약사법 통과로 강행한 감기약과 해열제 등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도 임 장관이 심혈을 기울인 정책이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불똥이 약사들과의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을 국회와 약사회 설득으로 봉합한 형국이지만 정부를 향한 약사들의 불신이 잠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의·정 관계 냉기류…보건의료 직역간 갈등 확산
지난 5월 의사협회의 건정심 탈퇴 선언(불참)으로 불거진 의·정 관계 악화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신문 광고를 통한 장관과의 대화 제안 등 의협 신임 집행부의 행태를 두고 냉기류가 팽배한 분위기이다.
문제는 복지부를 향한 불만이 의협에 국한된 것이 아닌 보건의료계 전 직역으로 확산되는 있는 점이다.
의사와 한의사간 천연물신약 처방권 논란에 이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 한의사와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 유권해석 등 곳곳에서 복지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선을 의식해 보건의료 직역간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장관께서 개선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지만 현안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역대 장관에 비해 현실 파악과 소통 능력은 뛰어난 것 같다"고 전하고 "산업계를 좌지우지하는 경제부처와 달리 직역별 입장이 첨예한 복지부 수장으로서의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채민 장관이 지난해 취임사에서 "발표 후 모른척하는 정책, 생색내기 정책은 복지부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해 관계자에게 50점 이하 낙제점을 받은 정책이 있다면 고민해 새로운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국회 답변 과정에서도 소신과 합리성을 보인 임채민 장관이 이제, 취임사가 아직도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에 스스로 답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