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6월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에 대해 기존 판례를 깨고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자 2심 판결이 줄줄이 파기되다. 이에 따라 의사들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특별1부(재판장 김창석)은 15명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전 비자극검사(NST)를 시행한 것과 관련, 수진자들에게 해당 금액을 환불하라고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최근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 달에도 이와 같은 맥락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1970년 대 후반부터 도입된 NST는 태아의 심박동 변화를 통해 안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방법으로, 복지부는 분만전 감시에 해당할 경우에 한해 요양급여를 인정하고, 산전 진찰 목적으로 행한 것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비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NST가 신의료기술에 해당한다며 새로운 급여 대상으로 결정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가 2009년 1월 NST에 대한 보험급여가 필요하고, 보험 재정에 부담이 된다면 비급여 대상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자 2009년 3월 15일부로 고시를 개정했다.
임신 28주 이상의 임부에 대해 산전 진찰상 감시 목적으로 NST를 시행하면 1회에 한해 요양급여를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전액 본인부담토록 한 것이다.
문제는 2009년 3월 15일 이전 산전 진찰과정에서 시행한 NST다.
의료기관들은 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어 환자들에게 NST 비용을 임의비급여했고, 심평원은 환자들이 대거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하자 의료기관에 진료비 환불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소송으로 비화됐다.
NST 과다본인부담금확인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그간 1심, 2심 재판부는 모두 의료기관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고시 개정 이전 산전 진찰 목적으로 시행한 NST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할 수 없고, 의학적 임의비급여로도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를 하고, 그 비용을 징수할 때에는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다른 방식에 의한 비용징수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또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난 진료비용을 임의로 환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자칫 건강보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고, 진료 성격상 그 내용이나 비용 부담 결정을 환자의 동의 여부에 따르게 할 수 없다"며 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달에 이어 최근에도 이같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은 산전 비자극검사가 그 시행 당시 법령상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불가피한 것이었으므로 그에 대한 비용은 예외적으로 과다본인부담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고 환기시켰다.
산전 비자극검사가 실시될 당시의 상황, 그 의학적 안전성·유효성 및 필요성, 가입자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 및 동의 유무 등을 따져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과다본인부담금으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 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지난 6월 대법원이 여의도성모병원 사건에 대해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했다 하더라도 ■당시의 의학적 불가피성 ■의학적 타당성 ■환자 동의 등 3대 조건이 성립하면 과다본인부담금으로 볼 수 없다고 한 판례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서울고법에서 이들 3대 조건을 입증, 부당청구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