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처방전을 2매 발행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구체화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불법 대체조제를 막기 위해서는 처방전 2매보다 약국 조제내역서 발급을 우선 의무화해야 한다며 복지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2003년 처방전 2매-조제내역서 발급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의협 이재호 의무이사는 10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처방전을 2매 발급한다고 해서 환자들의 알권리가 신장되느냐"고 환기시켰다.
이재호 이사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때 처방전 2매 교부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가 처방한대로 약사가 조제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사 입장에서도 처방과 조제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윤인순 의원은 최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환자보관용 처방전 발행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채민 장관은 8일 답변을 통해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는 의사나 치과의사를 처벌하는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답변했다.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개정해 처분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 6월 13일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처방전의 기재 사항 등) 2항에 따르면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 2부를 발급해야 한다. 이는 의약분업 당시 의약정 합의사항이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규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2001년부터 처방전서식위원회를 열어 처방전 2매 발행 후속조치를 논의했지만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의료계는 이재호 이사의 주장과 같이 처방전 2매 발행보다 우선적으로 조제내역서 발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김화중 장관은 2003년 5월 김재정 의협 회장 취임식 축사에서 “의사는 처방전을 2매 발행해야 하고, 약사도 조제내역서를 자세히 써야 한다”며 “이를 어길 경우 벌칙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개정, 처방전 2매 미발행 의사에 대해 1차 위반시 자격정지 15일, 2년 이내 2차 위반시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의료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이날 이재호 의무이사의 발언은 복지부가 또다시 행정처분을 강행할 경우 의협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이재호 이사는 "의사가 처방전을 교부하고, 약사가 조제내역서를 발행하면 환자는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 수 있고, 의사도 자신이 처방한대로 조제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처방전을 2매 발행한다 하더라도 환자가 실제 복용한 약이 처방전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최근 김정록 의원에 따르면 의사의 사전 동의없이 약사가 대체조제하다 적발된 건수가 2010년 7건에서 2012년 8월까지 101건으로 14.4배 급증했다.
의사 동의없이 처방을 임의 변경한 것 역시 최근 3년간 1.7배 늘었다.
이재호 이사는 "약국의 불법 대체조제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방전을 2매 교부한다고 해도 환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의사들만 처벌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진정 어떤 방식이 환자들의 알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지 복지부도, 시민단체들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