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수가협상 방법을 바꿔야 한다", "(수가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친다", "적정 수가를 보장하라"…
매년 10~11월 수가협상 시즌이 되면 나오는 말들이다. 이맘때면 덜 주려는 쪽과 더 받으려는 쪽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가 이듬해년도의 수가 인상률 계약을 위해 협상을 하는 식의 '수가계약제'가 실시된지 올해로 12년 째다.
의약분업 이후 2000년부터 수가 인상여부 결정은 계약제로 진행돼 왔다. 공급자단체를 대표하는 요양급여비용협의회와 공단이 협상을 진행했다.
2007년부터는 병원, 의원, 치과병의원, 한방병의원 등 유형이 6개로 나눠져 각 유형을 대표하는 단체가 각각 공단과 협상을 하고 있다.
공단과 수가협상 시한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수가를 최종 결정한다.
유형별 수가계약제가 시작되면서는 유형간에도 차이가 나타났다.상대적으로 건보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수가협상 시한 내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매번 공단과 삐걱했다.
유형별 협상이 시작된 후 의협과 병협이 수가협상 마감시한 안에 계약 체결 도장을 동시에 찍는 일은 없었다. 이들 단체는 의도치 않게 따로 또 같이 건정심행을 택해왔다.
6번의 협상 중 2번은 의협과 병협 함께 건정심행
2007년 수가협상 시, 병협과 의협은 공단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나란히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2년 뒤인 2009년에도 공단이 제시한 수가인상안과 병협과 의협의 괴리가 커서 결국 이 두 단체는 건정심행을 택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건정심으로 간 유형에는 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안보다 더 낮게 수가를 인상하는 패널티가 주어졌던 과거와는 달리 '부대조건'과 수가인상을 맞바꿨다.
건정심이 제안한 부대조건은 '약제비 4000억원 절감'이었다. 이를 만족 못할 시에는 다음해 수가협상에 패널티로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의협과 병협은 건정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각각 3%, 1.4% 수가를 인상했다. 당시 공단의 최종 제시안은 2.7%, 1.2%였다.
의협, 처음으로 협상 타결…병협, 명분과 실리 잃었다가 뭇매
특히 의협은 유형별 수가계약제가 시작된 이후 매번 공단과 합의점을 찾지못했다.
유형별 수가계약제 6년동안 2011년 딱 한번 제한시간 내 수가협상을 타결했다. 인상합의 안은 2.9%. 부대조건도 없었다.
2009년 건정심 행을 택해 약제비 4000억원 절감을 조건으로 3% 인상에 합의한 것 보다는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다.
의협은 올해도 건정심에서 수가가 결정될 예정이다. 게다가 의협은 지난 5월 가입자와 공익단체 중심의 불합리한 건정심 인적구조를 지적하며 탈퇴을 선언한 후 현재까지 건정심에 불참하고 있다.
의협이 없는 상황에서 건정심에서 의원급 수가 논의는 다소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의협이 유일하게 수가협상을 타결 했던 2011년, 병협은 홀로 건정심행을 택해야 했다.
병협은 3% 이상을 요구하다 공단과 협상에 실패했고, 건정심은 결국 1.7% 인상을 의결했다. 이는 최종 협상안으로 제시한 1.9%보다도 낮은 수치다.
병협은 여기에 포괄수가제(DRG) 협조와 환산지수 공동 노력 및 병원 경영 투명화 등의 부대조건까지 모두 받아들여야 했다.
당시 병원계에서는 병협이 수가 협상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6년동안 의원 초진료비는 2008년 1만 1680원에서 2012년 1만 2890원으로 1210원 인상됐다. 재진료비는 8350원에서 9210원으로 860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