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요양병원 의무 인증이 시작되는 가운데 복지부와 심평원이 적정성평가 항목 중 구조지표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 요양병원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철회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회장 윤영복)와 만나 적정성평가 항목 중 구조지표 부문을 요양병원 인증평가와 병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최근 복지부와 구조지표 항목을 인증 평가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전국의 요양병원들은 내년부터 3년간 의무적으로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지난 19일부터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의무인증 설명회를 열었다.
문제의 발단은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현장평가를 할 때 심평원 적정성평가 항목 중 17개 구조지표를 병행하라고 복지부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일방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요양병원계가 발칵 뒤집혀졌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중 구조지표는 병상당 적정 면적 충족률, 적정 욕실 유무, 환자용 편의시설 구비율, 적정 엘리베이트 설치 유무, 화장실이 있는 병상 비율, 100병상 당 산소공급장비, 심전도 모니터, 산소포화도 감시장비 보유대수 등이다.
심평원은 적정성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요양병원에 대해 의사인력 및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료 가산,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별도보상 적용 대상에게 제외하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자 수가 불이익을 받은 하위 20% 요양병원들이 심평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요양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심평원이 전국의 요양병원 중 10% 가량만 현장 방문조사를 하고, 나머지는 서류심사로 대신하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수가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일부는 요양병원 스스로 작성한 웹조사표에 근거한 점수를, 다른 일부는 현장방문조사에 근거한 점수를 기준으로 평가점수를 산출한 것은 평가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수가 불이익처분을 취소하라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전국의 1천여개 요양병원을 모두 현장조사할 여력이 되지 않는 심평원으로서는 적정성평가 중 구조지표 평가를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이렇게 되자 복지부와 심평원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의료기관 인증 현장평가를 위해 요양병원을 방문할 때 구조지표까지 함께 조사하도록 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인증평가와 적정성평가를 병행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복지부는 인증평가와 적정성평가 구조지표 평가를 병행하도록 하면서 17개 구조지표를 '필수항목'으로 분류, 1개 항목이라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인증 자체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요양병원들이 17개 항목 평가기준을 반드시 충족하도록 사실상 법을 강화한 것이다.
복지부가 의무 인증을 통과한 요양병원에 대해 수가 가산이나 경제적 보상도 마련하지 않았음에도 시설 기준을 강화한 것과 다름 없는 조치다.
이에 대해 노인요양병원협회은 구조지표 평가를 인증평가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인증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하고 나섰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회장 김덕진) 역시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복지부를 압박했다.
요양병원계가 강한 거부감을 분명히 하자 복지부와 심평원은 평가 병행 방침을 백지화했다.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심평원 적정성평가의 구조지표를 아예 조사하지 않고 인증평가만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