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고 있는 첩약(한약)의 한시적 급여화가 의약계 직역 갈등을 확대 재생산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달 7일 보건의료계 직능발전협의체(가칭) 첫 자문회의를 열고 첩약 급여화 등 아젠다 구체화 작업에 돌입한다.
직능발전협의체는 각 직역간 갈등 현안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시기구로 장관 직속으로 운영된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의료기사총연합회 등 6개 의약단체와 보건의료 전문가, 시민단체 및 공익대표 등 20명 내외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첩약 급여화의 해결방안 마련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앞서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이하 건정심)는 지난 25일 노인과 여성 대표상병의 치료용 첩약 급여를 위한 3년간 시범사업(소요 재정:연간 2천 억원) 등 보장성 확대계획을 결정한 바 있다.
다음날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과학적 근거 미흡과 발암 물질 및 중금속 검출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이번 결정을 복지부의 폭거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 한의사들은 29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협의에 약사 및 한약사를 참여시킨 점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한의협 회장실 점거에 들어가는 등 내부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모르지 않은 복지부도 곤혹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첩약 급여화 관련 부서인 보험급여과와 보험약제과는 직능발전협의체 전담 부서인 보건의료정책과로 해당 업무를 떠넘기는 모양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결정했으나, 이해 당사자의 사전협의라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직능발전협의체에서 골격을 잡아줘야 세부 방안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첩약 급여화 업무가 중첩되어 있으나 엄밀히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복지부 스스로 건정심을 통해 직역간 갈등을 촉발하고 직능발전협의체를 구실로 책임을 의약단체에 떠넘기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