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내성균을 가진 채 상급종합병원에 전원되는 환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병원 내 수퍼박테리아 등 감염은 병원의 책임으로만 몰고갈 문제가 아니다."
감염학회 정두련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는 31일 이같이 말하며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상급종합병원의 수퍼박테리아 발생현황 발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수퍼박테리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관리하고자 현황을 파악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모든 책임을 병원으로 돌리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정부는 현재 의료환경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감염관리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감염 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격리병동을 운영하는 지원금도 생색내기에 불과해 병원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감염 관련 워크숍을 실시하면 지방의 중소병원장들은 감염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당장 다음달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한 데 감염관리에 투자할 예산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을 예로 들며 감염관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외부에서 전원되는 환자에 대해 감염 관련 검사를 실시한 후 문제가 발생하면 격리병실로 옮겨 치료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최근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시설 및 공간은 제한적인 반면 내성균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총무이사는 "심각한 내성균 환자부터 보균자까지 완벽하게 감염균을 통제하려면 현재 병동의 절반 이상을 1인실로 전환해야 할 정도다. 솔직히 두손 두발 다 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외부에서 계속에서 내성균 감염환자가 유입되기 때문에 병원 내부에서만 잘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더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현재 수가체계에서는 1인실을 운영하고, 의료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려되지 않아 병원만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병원별 슈퍼박테리아 현황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모 대학병원에 옴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돼 해당 병원이 시끄러웠지만, 그 역시 전원되기 이전에 요양병원에서부터 감염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면서 "정부는 전체 병원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