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전공의 정원을 줄인다고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전공의 모집계획을 발표한 데 대한 교수들의 지적이다.
수련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정원을 줄인다고 일부과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원이 몰리는 병원 혹은 전공과 정원까지 일괄적으로 감축한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5일 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도 전공의 모집계획에 따르면 매년 의사 배출은 감소하는 반면 전공의 정원은 변동이 없어 지원자보다 정원이 800여명 많은 불합리한 구조다.
이 때문에 전문과목별, 지역별 전공의 쏠림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전문의 적정 수급관리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내년도 레지던트 정원을 전년 대비 247명 줄여 3735명으로, 인턴은 2012년 대비 358명 감축한 3444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일선 교수들의 시각은 복지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내과)는 "전공의 정원을 줄인다고 인기과 지원자가 비인기과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는 병원 혹은 진료과 뿐만 아니라 전공의 지원이 쏠리는 병원까지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공의들은 재수를 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진료과를 지원하는데 단순히 전공의 수를 줄인다고 이런 현상이 사라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서울대 내과 전공의 지원율은 1.8:1로 매년 약 20여명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원을 더 감축하면 오히려 경쟁률을 더 치열해지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의료진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방 교수는 "가령 한 연차에서 레지던트 정원을 2명씩만 줄여도 4년차까지 있으니 총 8명의 의료진 수가 줄어드는 셈"이라면서 "환자는 그대로인데 의료진만 감소하면 전공의 수련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병원 내과 교수는 "2015년 인턴제 폐지가 시행되면 그만큼 의료인력이 감소할텐데 이 같은 상황에서 전공의 수까지 줄이면 어쩌느냐"면서 "당장 현장에서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터져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전공의 수급계획에 대해 복지부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세브란스병원 한 교수는 "각 학회마다 레지던트 지원자와 정원이 맞지 않은 것에 대해 인지하고 수급조절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복지부가 이를 강행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모든 병원, 모든 진료과를 일괄적으로 감축하는 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