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을 짓던 사람들에게 63빌딩을 설계하고 지으라고 하면 부실시공은 불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재활의학과의사회가 비상총회를 개최했다. 한방물리치료 명목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의사들의 영역 침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25일 재활의학과의사회는 연대 간호과 진리관에서 비상총회를 열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방물리치료 비급여 등재 목록화 작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비상총회에서는 재활의학과의 영역 침탈이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는 점에 회원들이 공감하면서 "10년 후 재활의학과가 사라질 수 있다" "한방병원에서 일하는 재활의학과 의사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등의 강경한 구호가 터져 나왔다.
먼저 민성기 총무이사는 "한의사의 재활의학과 침탈 행위가 10여 년에 걸쳐 주도면밀하게 이뤄져 왔다"면서 "만일 한방물리치료가 비급여로 등재되면 재활의학과는 10년 후 사라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한약도 팔고 침도 놓고, 전문재활치료 처방도 하는 한의사들이 배출되면 병원장들이 봉직의 자리를 대부분 한의사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민 이사는 "한방물리치료 비급여 목록 신청이 심평원을 통과해 행위전문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면서 "위원회 통과 후 건정심 의결을 거치면 한의사는 비급여로 보이타/보타스 치료, 전기 자극 치료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심평원의 전문가 자문회의와 행위전문위원회가 한방물리치료 등재의 적합성을 평가하기에는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이상헌 정책위원장은 "심평원 전문가 자문회의의 구성을 보면 7명이 한의사이며, 의사는 단 한명 뿐"이라면서 "행위전문위원회 역시 절반이 한의사로 구성돼 있어 한의사가 안을 내고 그들이 다시 심사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의대 졸업후 5년 이상 트레이닝을 거쳐 하는 치료를 한의사들이 무작정하겠다고 한다"면서 "그것도 재활의학과, 물리치료학과 논문을 표절한 책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의사 주장대로 한방재활의학이 새로운 것이라면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비급여 등재 후에는 물리치료사의 지휘, 감독권을 달라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영순 회장은 "비급여 등재 문제는 의사와 한의사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국민의 건강권이 달린 문제"라면서 "어떻게 정부가 적법한 절차없이 어려운 직역을 도와주자는 식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눈감아 줄 수 있는 거냐"고 따금한 일침을 가했다.
이에 의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 TFT 구성과 함께 내달 20~30일 사이 물리치료사협회와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결의했다.
의사회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아 제출하고 복지부에 항의 팩스를 넣겠다"면서 "복지위 소속 국회의원과 접촉해 복지부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성명서에서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것처럼 한의사들도 '한방'만 붙여 영역 침탈을 주장한다"면서 "정부는 한의사 출신 위원들이 밀실에서 논의한 결과를 인정하지 말고 한방물리치료를 검증할 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