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의대 본과 3학년 김모 군은 졸업과 동시에 1년간 세계여행을 생각 중이다. 복지부 계획대로 오는 2015년부터 인턴제가 폐지될 경우, 의대 졸업 후 1년간 여행이나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낸 후 레지던트를 시작해도 인턴 수련을 받은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2 의대 본과 3학년 박모 군은 의대 졸업 후 군대에 갈 예정이다. 박군 역시 2015년 인턴제 폐지가 현실화되면 과도기에 수련을 받아야 하는 학번. 그는 과도기에 수련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차라리 군대에 다녀오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2015년 인턴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논의가 본격화되자 의대생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26일 한 의대생은 "상당수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득실 따지기에 들어갔다"면서 "제도 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과도기 시기에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인턴 수련도 받지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레지던트 수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실제로 김군은 "1년간 인턴 수련을 받는 시간에 여행을 하고 바로 레지던트를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턴 수련 기간을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었다.
박군 역시 "과도기에 수련을 시작하면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것 같아 차라리 일찍 군대에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면서 "졸업까지 여유가 있으니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4년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과 인턴 수련을 받은 전공의가 동시에 레지던트에 지원하면 경쟁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내부에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의대생들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남기훈 의장은 "인턴제 폐지를 두고 의대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막연하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일각에선 인턴제가 폐지되면 의대 내신이 중요해지는 게 아니냐며 성적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다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생신문 한중원 편집장(울산의대 본과 2년)은 "사실 정확한 정보가 없다보니 득실을 따지는 것 조차 힘들다. 일부는 인턴 폐지 가능한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면서 "가치판단 조차 어려운 상태여서 혼란스러워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의료진 또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인턴제 폐지를 앞두고 인턴 지원이 크게 감소해 의료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했다.
또한 모 대학병원 교육수련이사는 "2015년도 레지던트 정원을 2배수로 할 것인지, 기존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아 확정하긴 힘들지만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과도기 혼란은 2~3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혹시라도 인턴 수련을 받는 대신 여행이나 아르바이트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1년이라도 먼저 수련을 시작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최근 복지부가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하면 수년이 늦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김재중 수련이사는 "2014년에 의사면허를 받은 일반의들은 굳이 1년 인턴을 하느니 일반의로 봉직 생활을 하다가 NR제도로 들어갈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2014년에 졸업하고 2015년에 NR로 들어올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가 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