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의협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5시에 퇴근하겠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준법투쟁하자고, 파업하자고 말만 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주세요."
일선 대학병원에서 수련중인 한 전공의의 호소다.
A대학병원 전공의 유 모씨는 28일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에 노환규 의사협회장과 경문배 전공의협의회장에 대한 질의문을 작성하고 이들의 공개 답변을 요구했다.
유 씨는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선배들의 희생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하지만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전공의를 나무라는 선배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의 공개 질문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도대체 어떻게 투쟁에 참여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유 씨는 "만약 내일 아침 교수에게 의협의 주40시간 준법투쟁에 동참하느라 아침 회진 준비를 못했고 5시에 퇴근하겠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은 뒤 "아마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벌어놓은 돈도 없고 슬프고 절망적이지만 이것이 내 마지막 밥줄"이라며 "병원에서 해고되면 일반의로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투쟁에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인 셈이다. 이에 따라 그는 노환규 회장과 비대위, 대전협 회장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달라고 호소했다.
유 씨는 "경문배 대전협 회장도 같은 전공의라 신분 제약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전공의는 대정부 투쟁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경 회장도 의협회장 못지 않게 중요한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수와 병원이 허락해 주면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겠다고 선언만 해놓고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며 "주 40시간 근무를 병원과 교수가 동의할 가능성은 0%에 가까운데 차라리 투쟁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유 씨는 또한 노환규 회장과 전국의사총연합, 비대위에게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자발적으로 투쟁에 동참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유 씨는 "전공의들의 투쟁을 원한다면 각 병원별로 전공의 모임이나 회의를 개최해 조직화를 진행한뒤 의협의 지침이 내려지면 일괄 파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노 회장과 전의총, 비대위는 왜 이러한 조직화를 진행하지 않는가"고 물었다.
이어 "그저 12월 15일 다 같이 파업하자고 천명한 해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느냐"며 "소수가 투쟁 분위기를 형성하면 그들만 파면을 당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매한 일개 전공의는 투쟁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이에 대해 각 회장들과 전의총 집행부, 비대위가 꼭 대답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