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97.75점 받은 의료기관과 98점 받은 의료기관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이들 의료기관에 대해 1등급과 2등급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다."
서울대병원 이정렬 기조실장(흉부외과)은 3일 심평원이 발표한 급성심근경색증 평가 결과 지난해 1등급에서 올해 2등급으로 떨어진 것을 두고 한마디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3일 심평원이 발표한 2012년도 급성심근경색증 평가에서 2등급을 받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심평원의 평가의 허점을 지적했다. 평가의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평가방법이 의료의 다양성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정렬 기조실장은 "심평원 측에 수차례 평가 지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심평원 또한 이에 공감했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다면서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상대평가로 진행하다보니 소숫점 차이로 등급이 나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문숙 QA팀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병원이 받은 총점은 97.75점. 100점 만점에서 2.25점 빠지는 점수이지만 2등급을 받았다.
또한 이번 급성심근경색증 평가에서 서울대병원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환자는 단 3명.
고령이거나 혈관이 꾸불꾸불한 형태의 환자이다보니 시술 시간이 늦어지면서 90분이내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PCI)을 하지 못한 결과가 등급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김 팀장은 "소숫점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거듭 지적하며 절대평가로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심평원 측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면서 "평가가 과연 변별력을 갖췄는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당초 평가의 취지는 질 관리가 안되는 병원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었지만 심평원의 등수 매기기 정책으로 이미 잘하고 있는 병원들끼리 출혈경쟁하는 구도가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또한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나친 평가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 팀장은 동맥 파열로 응급실에 온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동맥파열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응급실에 온다. 이때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고 심근경색증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하지만, 30분 이내에 투여해야 한다는 평가지표를 의식해 바로 약을 투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지방에서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있었다"면서 "심평원의 평가지표는 수정, 보완한 이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