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중심병원의 예산 지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계동 청사 강당에서 열린 연구중심병원 지정사업 안내 설명회에서 "연구중심병원의 예산지원은 없으며 극소수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전문병원 등을 대상으로 연구전담의사 등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담긴 연구중심병원 지정신청서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설명회에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종합병원, 전문병원, 등 전국 50여개 병원의 의사와 행정직 등 250여명이 참석해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날 행사는 연구중심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안도걸 보건산업국장의 인사말과 보건산업기술과 이선규 사무관의 지정계획 세부설명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보건산업기술과 허영주 과장의 돌출 발언에 참석자들의 표정은 잿빛으로 변했다.
허영주 과장은 갑자기 강단에 올라 "병원 실무자들이 많이 참석한 것 같아 분명히 말해둘 게 있다"면서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되더라도 예산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허 과장은 이어 "연구중심병원은 극소수만 지정할 것이다. 3년의 지정기간이 있는 만큼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되겠지 라는 생각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허영주 과장은 "지정신청서 작성 전에 병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예산 지원이 없고, 극소수 지정한다는 내용을 병원장들에게 분명히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정신청서 양식 작성안내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병원들의 불만과 항의가 쇄도했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에 극소수가 지정된다고 했는데 몇 곳이 지정되느냐"며 어의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대병원 연구중심병원 사업단 관계자도 "기존 계획에는 2조 4천 억원을 지원한다더니 예산지원이 없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정기준 발표도 1년 이상 늦어진 이유가 연구중심병원 예산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들었는데 왜 입장이 달라졌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선규 사무관은 "허 과장의 발언은 현재 계획이 없다는 의미"라며 "현재 예산 타당성 심사가 12월말까지 진행된다. 정부로서는 불분명한 것에 대해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 사무관은 이어 "복지부가 노력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예산 지원이 어떻게 될지 불분명한데 거짓말을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선규 사무관은 "지정기준 발표가 늦어진 것은 예산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기준을 만들다보니 솔직히 어려웠다"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 사무관은 "상대평가로 진행될 연구중심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전문병원 포함)의 지정기준이 다른 만큼 섹터를 다르게 지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병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양해를 구하며 서둘러 설명회를 종료했다.
하지만 참석한 의사와 행정 실무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처음에 떠들던 2조 6천억 예산이 다 증발했는지 복지부에 되묻고 싶다"면서 "욕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며 분을 삼키지 못했다.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극소수를 지정한다면 5개 이내인 셈"이라면서 "예산지원도 없고 결국 병원 보고 지정신청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병원 모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위해 이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인원까지 채용했는데 예산 지원이 없으니 병원 보고 알아서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허탈해 했다.
복지부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로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병원들의 핑크빛 기대감이 산산조각 날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